한동훈 대표의 등장과 함께 구심점을 잃고 쪼그라들었던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가 다시 뭉치고 있다. 한 대표 일가족을 겨냥한 ‘당원 게시판 의혹’을 고리로 반한(반한동훈) 기치를 들고 세 과시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 홍보수석 출신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당원 게시판에 발목이 잡혀 쇄신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며 한 대표를 향해 “그래서 가족이 썼다는 건가, 안 썼다는 건가. 매사에 똑 부러진 한 대표는 대체 어디로 갔느냐”라고 질타했다.
해당 의혹은 한 대표와 한 대표 장인·아내·딸 등 가족과 동일한 이름의 작성자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깎아내리는 글을 국민의힘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이 붙었다. 친윤계는 당무 감사를 통해 진위를 가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한 대표는 “불필요한 자중지란”이라며 대응 자체를 자제하는 상황이다.
뒤이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 강승규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큰 민주 사범은 ‘여론조작’”이라며 “당원뿐 아니라 국민께서 보시기에도 납득 가능할 정도로 당 차원의 명확한 감사절차와 수사 의뢰를 통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친윤계는 중진인 김기현·권성동 의원, 김민전·김재원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장외 여론전을 펼치는 장예찬 전 최고위원 등 3중으로 스크럼을 짜고 한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친윤계가 권토중래(捲土重來, 한 번 패했지만 힘을 길러 다시 쳐들어옴)를 도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에는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예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통과를 단일대오로 막아낸 후 친윤계가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의혹을 축소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당 법률자문위원회가 최근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 1068개를 전수조사했는데, 대다수 글을 언론사 사설·기사 인용이나 단순 정치적 견해 표명 글로 분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페이스북에서 “금주 중 고발 조치가 이루어지면, 도대체 누가, 왜 말도 안 되는 건을 침소봉대하여 ‘한동훈 죽이기’에 나섰는지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친윤계를 겨냥했다.
민주당은 여당 내 균열을 파고들고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한 대표는 한동훈 특검 사안에 더해진 이번 온 가족 드루킹 사건으로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