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유튜버의 의혹 제기에서 시작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이 여당을 뒤흔들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뿐 아니라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도 한동훈 대표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친한(친한동훈)계는 “한동훈 죽이기 공작”이라며 되레 역공에 나섰다. 보름 넘게 논란 수습은커녕 갈등만 커지면서 한 대표 리더십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와 한 대표 일가족이 국민의힘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을 조직적으로 게시한 것 아니냐는 이번 의혹은 지난 5일 한 보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제기됐다. 해당 유튜버는 당원 게시판 검색 기능을 통해 한 대표와 그의 장인·모친·아내와 동일한 이름의 작성자가 윤 대통령 부부를 깎아내리는 글 1000여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강성 친윤들만의 의혹에 머물렀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장외 여론전에 앞장섰고, 이후 권성동·김기현 의원과 김민전·김재원 최고위원 등이 당무 감사를 촉구하며 당내 현안으로 떠올랐다. 한 대표가 이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도 의혹 정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안철수·김용태 의원 등이 당무감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나경원 의원도 24일 페이스북에서 “게시글 주체, 내용, 조직적 정황에 이르기까지 상상하고 싶지 않은 저열한 행태”라며 “책임 있는 당대표라면 이 의혹에 대해 물타기 조사만 할 것이 아니라 가족 명의에 대해 사실을 밝히고 그것이 맞다면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내 주도권 싸움의 승패가 50∼60명 정도의 중간지대 의원들에게 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친윤계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결집력을 회복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홍보수석 출신 김은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그래서 가족이 썼다는 건가, 안 썼다는 건가. 매사에 똑 부러진 한 대표는 대체 어디로 갔느냐”라고 몰아세웠다. 시민사회수석 출신 강승규 의원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큰 민주 사범은 ‘여론조작’”이라고 압박했다.
친한계도 열을 뿜으며 갈등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한동훈 죽이기 세 번째 공작”이라며 “국민과 당원들의 힘으로 반드시 분쇄될 것”이라고 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윤한갈등의 기생자”, “사이비 보수집단” 등 수위 높은 표현으로 맞불을 놨다. 친한계 주진우 의원이 이끄는 당 법률자문위원회는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 1068개 중 대다수는 언론사 사설·기사를 인용하거나 한 대표를 격려하는 글이었다고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여당 균열을 파고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한 대표는 한동훈 특검 사안에 더해진 이번 온 가족 드루킹 사건으로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 김성열 수석대변인은 한 대표를 향해 “자신이 유리할 땐 득달같이 몰아붙이다가, 불리하니 서둘러 도망치는 모습은 경상도 방언으로 얍실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