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문가비 ‘비혼 출산’ 신기해?…지난해 ‘혼외자’ 출생 1만명 돌파

모델 문가비(왼쪽)와 배우 정우성. 사진=연합뉴스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비혼 출산’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들과 비슷한 ‘혼외자’ 출생은 어느덧 우리사회에 1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출생아 중 4.7%는 혼인 외 출생인 것으로 단순 가십을 넘어 다양한 결혼과 출산 방식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정우성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는 “문가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아이는 정우성의 친자가 맞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2022년 한 모임을 계기로 가깝게 지냈는데, 정식으로 교제한 사이가 아니었고 아이 출산으로 인한 결혼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가비는 지난해 6월 정우성에 임신 소식을 알렸고, 정우성은 기뻐하며 양육 책임을 약속했다고 한다. 정우성은 아이의 태명까지 지어주고 산후조리원 등을 논의했다고 전해졌다.

 

앞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도 지난해 비혼 동거를 인정하는 ‘팍스(PACS·시민연대계약)’ 제도를 따 온 ‘등록 동거혼’ 제도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는 남녀에게도 가족 지위를 인정해 법적 권리와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 탓인지 청년 세대에서는 결혼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인식의 변화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올해 20∼29세 중 42.8%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했다. 10년 전 30.3%만이 ‘비혼 출산’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2.5% 증가한 수치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014년 34.9%에서 올해 22.2%로 줄었다.

 

성별로 보면 20대 남성의 43.1%, 20대 여성의 42.4%가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해 차이가 별로 없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응답은 남성(12.6%)보다 여성(15.9%)이 더 높았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개정 건강가정법은 종교단체 등 반발로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 저출산위가 도입을 추진하던 ‘등록 동거혼’ 제도도 마찬가지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우성과 문가비의 사례처럼 혼인을 하지 않았지만 함께 아이를 키우기로 한 경우, 법적·제도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장은 극히 제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혼인 외 관계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1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 외 출생아는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8월 공개한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외 출생자는 1만900명으로 전체 출생아(23만명)의 4.7%를 차지했다. 혼인 외 출생아는 2013년 9300명에서 2020년 6900명까지 줄었다가 2021년(7700명), 2022년(9800명)에 이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 후 출산을 한다는 인식이 강해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혼외 출산 비율은 0~2%대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2018년 2.2%로 2%대를 넘어선 후 급속하게 비중이 높아져 2022년 3.9%로 3%에 들어섰고 지난해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는 사실혼 관계 등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해 출생아는 10년 전인 2013년(43만7000명)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1970년 출생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데, 합계출산율이 2.1명이어야 현재의 인구 수준이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