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 대회에서 고작 3승. 한때 한해 15승을 합작하며 세계여자골프를 호령하던 한국 선수들이 이번 시즌 받아들인 초라한 성적표다. 장타자 넬리 코르다(26·미국)가 혼자서 7승을 거두며 펄펄 나는 동안 한국 여자 골프를 대표하는 고진영(29·솔레어) 등이 극심한 부진을 거듭했고 그 결과 한국 여자골프는 13년 만에 가장 적은 우승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4 시즌은 25일 열린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두달동안의 ‘방학’에 들어갔다. 한국 선수는 6월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양희영(35·키움닷컴)이 ‘메이저 퀸’에 올랐고 9월 FM 챔피언십 유해란(23·다올금융그룹), 11월 롯데 챔피언십 김아림(29·한화큐셀)이 우승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이는 2011년 3승 합작이후 13년 만에 나온 한국 선수들의 시즌 최소 우승이다. 박세리가 1998년 LPGA 투어에서 우승한 이후 한국 선수들의 시즌 최소 우승 기록은 2000년 2승이다. 2017년 첫 승을 따낸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해마다 최소 1승씩 따냈던 고진영은 올해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또 LPGA 투어 올해의 선수, 상금, 신인상, 평균 타수 등 주요 개인타이틀을 단 한 개도 차지하지 못했다. 임진희(26·안강건설)가 신인상, 유해란이 평균 타수 1위에 도전했지만 둘 다 2위에 그쳤다. 신인상은 사이고 마오(23·일본), 평균 타수 1위인 베어트로피는 후루에 아야카(24·일본)가 가져닸다. 한국 선수들이 4개 주요 부문에서 무관에 그친 것은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지난해는 유해란이 신인상을 받았다. 반면 코르다는 4월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혼자 7승을 쓸어 담아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우승상금 400만달러(약 55억9000만원)가 걸린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은 지노 티띠꾼(21·태국)이 차지했다. 티띠꾼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6700야드)에서 열린 대회(총상금 1100만달러)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1개를 묶어 7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를 적어낸 티띠꾼은 에인절 인(26·미국)을 한타차로 제치고 우승을 달성했다. 16번 홀까지 인에 두타차로 뒤지던 티띠꾼은 17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 극적으로 공동 선두를 이뤘고 18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 짜릿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투어 통산 4승째를 거둔 티띠꾼은 이번 시즌 상금 605만달러를 기록, 상금 1위를 달리던 코르다를 제치고 상금왕에 등극했다. LPGA 투어에서 한 시즌 상금 600만달러를 돌파한 선수는 티띠꾼이 처음이다. 종전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은 2007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436만달러다.
티띠꾼은 또 대회마다 설정된 특정 홀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Aon 리스크 리워드 챌린지’에서도 1위에 오르면서 보너스 100만달러를 추가로 받아 이날 하루에만 무려 500만달러(약 7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에 따라 2022년 LPGA 투어 신인왕에 올랐던 티띠꾼은 세 시즌을 뛰며 번 통산 상금 580만달러에 버금가는 상금을 이날 하루에 챙겼다.
안나린은 4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 코르다와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