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목표에 대한 끈기와 열정’으로 정의되는 ‘그릿(GRIT)’ 강할수록 불면증의 발병률과 중증도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김재림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 수면·두통 연구설문’을 통해 수집한 2453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25일 밝혔다.
불면증은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잠에 들더라도 자주 깨는 등 수면의 질이 크게 낮아지는 질환으로 성인 3명 중 1명이 겪을 만큼 흔히 발생한다. 방치시 정신질환과 심장질환, 당뇨병,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과거엔 불면증 치료를 위해 수면제 등 약물을 처방하는 방법이 주를 이뤘으나 단순 약물치료만으로는 치료효과에 한계가 있고 의존성·내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최근에는 약물치료에 앞서 수면을 방해하는 생각·행동·습관 등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우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에 착안해 근성·끈기·대담성·회복탄력성·야망·성실성 등의 심리 요소로 구성된 그릿을 점수화해 점수 구간에 따른 불면증과의 관련도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5점 만점의 그릿 점수를 구간별로 비교했을 때 최하 구간(1.5~2.0점)에서 불면증을 호소한 응답자의 비율은 75%인 데 반해 최상위 구간인 4.5점 이상에선 0.0%, 4.0~4.5점은 8.5%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평균 그릿 점수는 3.27점이었으며, 그릿 점수가 높을수록 불면증 유병률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 그릿 점수가 높으면 불면증의 중증도 역시 낮았는데, 그릿 점수가 1점 증가할 때마다 불면증을 호소할 확률은 60%, 수면 질 저하를 겪을 확률은 45%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창호 교수는 “그릿은 우울증 등 불면증을 유발하는 요인에 대해 완충 작용을 하고, 압박·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우리 몸의 대응력을 강화함으로써 불면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구 결과에 따라 불면증 치료시 환자의 그릿을 평가하고 이를 함양할 수 있는 치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수면의학회 공식 학술지인 ‘수면의학(Sleep Medicin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