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양양을 잇는 고속도로가 2017년 6월에 개통되면서, 서울과 강원도 동해안 지역 간 이동 시간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서울에서 속초까지 5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이제는 2시간 반 정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속초와 양양은 설악산과 동해를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특히 단풍철이 되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다.
속초는 바닷물이 갇혀 생긴 호수인 석호(潟湖)인 영랑호와 청초호가 도시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어 도시의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영랑호의 이름은 신라시대의 화랑 영랑(永郞)에서 유래한다. 영랑, 술랑, 안상, 남랑 등 4명의 화랑은 금강산에서 수련하고 무술대회장인 경주로 가는 도중 이 호수에 이르렀는데, 영랑은 맑고 잔잔한 호수와 설악의 울산바위에 도취하여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설악산을 대표하는 사찰 신흥사(新興寺)는 신라의 승려 자장(慈藏)이 창건한 향성사(香城寺)에서 기원하였는데, 천불동(千佛洞) 계곡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해 있다. 신흥사는 1912년부터 고성에 위치한 건봉사의 말사(末寺)였으나, 건봉사가 민통선 이북지역으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자 1971년 신흥사가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로 승격되었다.
양양을 대표하는 사찰로는 의상(義湘)이 창건한 낙산사(洛山寺)가 있다. 낙산사에는 관음보살을 모신 원통전(圓通殿)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수관음상이 눈에 들어온다. 해수관음상이 바닷가에 많이 세워진 까닭은 예로부터 관음보살이 인도 남동쪽 해안에 있는 포탈라카산의 굴속에 살고 있다고 믿어져 왔기 때문이다. 3대 해수관음상의 성지로는 낙산사와 더불어 남해도 금산 보리암, 강화 석모도의 보문사를 손꼽는다. 의상을 위해 지은 정자인 낙산사 의상대(義湘臺)는 일출의 명소이며, 홍련암(紅蓮庵)은 의상이 붉은 연꽃 위에 나타난 관음을 직접 보고, 대나무가 솟은 자리에 암자를 지었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속초와 양양은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도 꼭 거치는 도시이다. 설악산 공원에서 신흥사를 지나 비선대와 와선대가 있는 천불동 계곡, 양폭, 희운각, 소청봉을 거쳐 대청봉에 오르는 코스가 있고, 가장 빨리 정상에 오르는 코스로는 양양 오색리(五色里)에서 출발하는 여정이 있다. 설악산 깊은 곳에 자리를 잡은 봉정암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암자로, 오대산 상원사 사자암, 양산 통도사 등과 함께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 중 하나이다.
오색리는 현재에도 탄산 온천과 약수로 유명하다. 1872년 흥선대원군의 지시로 전국 군현에 그 지방 지도를 제작하여 올리게 했는데, 양양읍 지도에는 기골이 장대한 모습의 설악산이 가장 위쪽에 그려져 있다. 설악산의 오색령 아래에는 ‘약수(藥水)’라는 표기가 보여, 당시에도 이곳 약수가 유명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오색 약수가 있는 계곡은 ‘주전(鑄錢)골’로도 불렸는데, 승려를 가장한 도적들이 이곳에서 동전을 만든 것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단풍이 지기 전 만추에 한국을 대표하는 명산 설악산과 속초, 양양의 역사 유적지를 찾아보았으면 한다. 숙초 물회와 아바이순대, 양양 송이 등 이 지역의 명품 음식을 곁들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