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줄었다?… ‘전단계’ 이형성증은 10년 새 두 배 늘어 [건강+]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경민선 교수

정상 세포와 암세포 사이 중간 단계
15세 이상 환자 10년새 2.14배 증가
HPV·조기 성생활·만성 염증 등 원인
자궁경부암 검진 통해 발견·치료해야
“자궁경부암은 감소하는 추세라 안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 ‘전단계’인 자궁경부이형성증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자궁경부암은 20~30대 청년층에서도 발병할 가능성이 높고, 젊은 나이일수록 암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자궁경부암 검진율(2020년 기준)은 절반이 조금 넘는 56%였고, 특히 30세 이하의 검진율은 20%에 불과합니다. 자궁경부암은 유일하게 원인이 밝혀진 암으로, 백신은 바이러스에 걸린 뒤에 접종하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일찍 맞는 것이 좋습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산부인과 경민선 교수는 2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HPV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라며 “부작용은 일시적 발열 등 대부분 경미하고 효과는 훨씬 크다”며 접종을 적극 권장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제공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산부인과 경민선 교수는 2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과 젊은 여성들의 자궁경부암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 교수가 2009∼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통해 15세 이상 자궁경부이형성증 환자 3만5000명을 분석한 결과 자궁경부이형성증 환자수는 2009년 1000명당 3.74명에서 2018년 8명으로 10년간 2.1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궁경부암 신규 환자수는 2009년 3849명에서 2018년 3550명으로 8% 감소했다. 그는 이 내용을 최근 대한부인종양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

 

다음은 경 교수와의 일문일답.  

 

-자궁경부이형성증은 무엇인가.

 

“자궁경부이형성증은 자궁경부 상피세포에 국한된 비정상적인 변화로, 아직 침윤성(浸潤性)이 없는 상태다. 자궁경부암은 이 비정상 세포가 상피를 넘어 기저 조직으로 침윤해 악성 종양으로 발전한 상태를 말한다. 이형성증은 정상 세포와 암세포 사이의 중간 단계인 셈이다.” 

 

-자궁경부이형성증에도 단계가 있나. 

 

“자궁경부이형성증은 세포의 비정상성 정도와 변형된 상피의 깊이에 따라 CIN1(경미), CIN2(중등도), CIN3(중증 및 상피내암)으로 구분된다. CIN1은 비정상세포가 상피층의 하부 3분의 1 미만에 국한된 경우고, CIN2은 비정상세포가 상피증의 하부 3분의 2 미만, CIN3은 3분의 2를 초과 침범한 경우다.”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큰 원인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다.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종류 중 16, 18타입이 이형성증 및 자궁경부암을 많이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성 파트너, 조기 성생활, 흡연, 면역 억제 상태, 만성 염증, 스트레스, 그리고 발암물질 노출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HPV 감염 이후 바로 자궁경부암 단계로도 갈 수 있나. 

 

“HPV 감염 후 바로 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일반적으로 이형성증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HPV 고위험군 감염이 지속되면, CIN1에서 시작해 CIN2와 CIN3를 거쳐 상피내암 0기, 자궁경부암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 과정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이뤄진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경우나 고위험군 HPV에 감염되었을 경우, 드물게 바로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PV 감염되면 무조건 이형성증이 생기나. 

 

“아니다. HPV에 감염된 여성 중 약 90%는 2년 이내에 면역 체계에 의해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약 10%에서 HPV 감염이 지속되며 이 중 50∼60%가 자궁경부이형성증으로 진행되고, 이 중 1∼2%가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된다.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CIN1에서는 1% 미만이, CIN2에서는 5~10%가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CIN3는 12~30%가 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증상은 없나. 

 

“대부분은 무증상이다. 다만 드물게 비정상적인 질 출혈, 성교 후 출혈, 질 분비물 증가, 또는 성교 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 시기는 이형성증 단계와의 관계없다.”

 

-그렇다면 어떤 경로로 발견하나.

 

“주로 자궁경부암 검진을 통해 발견된다. 대표적인 검진 방법은 자궁경부 세포검사(Pap smear)와 HPV 검사다. 이를 통해 이형성증을 조기에 발견, 암으로 진행되기 전에 치료할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CIN1은 치료하지 않아도 60~90%는 자연적으로 회복돼 대부분 정기적으로 추적관찰을 한다. CIN2는 병변을 물리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원추절제술을 하게 된다. 병리 결과에서 절제 부위의 경계가 깨끗하다면 근본적인 치료로 간주된다. CIN3는 절제단면에 비정상세포가 남아있는지 여부에 따라, 추가 원추절제술이나 자궁적출술을 진행하게 된다.”

 

-최근 치료·예방에서 발전은. 

 

“최근 HPV 예방 백신의 발전으로 9가 백신이 도입돼 예방 범위가 확장됐다. 또 HPV, DNA 검사를 통해 고위험군 감염 여부를 조기에 파악해 치료 전략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