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혁명’이라 불리는 휴대전화는 현대인에게 필수품이자 애물단지다. 휴대전화 하나만 있으면 금융, 교통, 정보, 사진 등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지만, 잃어버리는 순간 골치가 아프다. 일반인과 달리 흔히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정보·수사기관 종사자들의 휴대전화는 2대다. 유권자와 소통하거나 통상적인 업무 처리는 전화번호가 공개된 일명 ‘관용폰’을 이용한다. 하지만 권력자에 대한 청탁·비밀통화 등 은밀한 용도로 사용하는 건 주로 ‘개인폰’이다. 국회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사의 관심 대상이다. 본회의장에서 주식거래나 정치적 논란이 될 만한 문자메시지라도 보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모니터 보안 필름까지 붙여가며 보안에 열을 올린다.
우리 사회를 뒤흔든 주요 사건에 휴대전화는 어김없이 ‘스모킹 건’으로 등장한다.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 제1원칙은 휴대전화 확보다. 2016년 국정농단 수사 당시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 휴대전화에서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다수 발견됐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수사의 발단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휴대전화에 담긴 3만여개의 통화 녹음이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도 휴대전화 녹음 파일로 인한 공천개입 의혹으로 구속수감됐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도 ‘서울의 소리’ 기자와 53차례에 걸쳐 7시간 넘게 통화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곤욕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