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개최 토크콘서트 참석 탈북 1세대 북한 인권운동가 사비로 대북라디오방송 시작 金 “북한서 듣는 유일한 외부정보 정부가 안 하니 우리가 나섰죠”
투병 중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가 무대에 오르자 박수가 쏟아졌다. 벙거지를 눌러쓰고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청중들은 그에게 우렁찬 박수를 보내 힘을 실었고,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그를 끌어안았다. 통일부가 25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북한인권, 두 개의 사선(死線)을 넘어 희망으로’를 주제로 개최한 토크 콘서트 현장에서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헌신해 온 탈북 1세대 북한인권운동가의 삶을 조명하고, 북한 장마당 세대와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향후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행사 부제로는 ‘목숨을 건 탈북 이후 힘겨운 투병과 시한부 선고에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전하는 탈북 1세대 북한인권운동가의 이야기’라는 설명이 붙었다. 북한이탈주민 관련 행사를 다수 개최해온 통일부지만 탈북민 1명을 주인공으로 한 행사를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탈북민 중 한국 정착 과정에서 어려울 때면 김 대표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 김 대표의 도움을 한번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탈북민 사회에서 신망이 높다”며 “그런 김 대표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활발히 활동하고 삶을 정리해가는 모습을 다른 탈북민들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행사가 열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1995년 탈북해 2004년부터 대북라디오방송을 자비로 운영했다. 북한 주민에게 자유의 소리를 전하는 활동을 하겠다는 결심에 따른 것이었다. 탈북민 중에는 북에서 김 대표의 대북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다 최근 시한부 선고를 받고 투병을 하면서도, 기존에 하던 북한인권 활동을 굽히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토크 콘서트에서 대북방송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이 상호 비방방송을 중단하자고 이야기하는 걸 보고 “정부가 안 하면 우리라도 해야지, 북한 사람들이 유일하게 듣는 외부 정보인데, 탈북자들이라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정권에서는 우리의 고향 사랑이 이상하게 왜곡되기도 하고 어떤 정권에서는 통일부와 만나는 게 쉬워지는데, 특히 이번 윤석열정부 들어서서 제가 느끼기엔 탈북자들이 통일부로의 문턱이 낮다고 느끼고 고향에 대한 마음도 더 많이 느낀다”고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행사에는 탈북민 출신인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과 ‘열한 살의 유서’를 저술한 탈북민 김은주 작가 등도 참석했다. 김 장관과 김 대표, 탈북민 30여명이 함께 ‘홀로 아리랑’을 합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