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경제안보 지형 변화가 예고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분쟁 등 불안정한 상황 속에 트럼프 당선인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각국에 제 돈 써서 자국을 지키는 자주국방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의 러브콜을 받으며 급성장한 ‘K방산’으로서는 시장 확대의 추가 기회를 찾을 수도, 미국·유럽 방산업계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해결책은 경쟁국과의 ‘차별화된 전략’이라는 데 전문가 의견이 모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무력해진 미국 군대의 재건’을 핵심 국방정책으로 강조했다. 우방국에 대해서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노릇을 계속할 수는 없다. 그들(다른 나라)이 비용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언급해 왔다.
방산업계는 트럼프 2기에도 글로벌 안보 수요는 지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바라는 대로 러·우 전쟁과 중동 분쟁 등이 중단되면 무기 수요가 일부 감소할 수는 있다.
미국 국방력 재건 정책도 변수 중 하나다. 미국 무기 시장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지만, 오히려 한·미 방산협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으로 미 육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유도로켓 ‘비궁’은 미 무인정 탑재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TA-50으로 미 공·해군 고등훈련기 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선 한국이 미국 함정 정비·수리·운영(MRO) 사업뿐 아니라 함정 건조 분야까지 진출할 수 있을 거란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가 K방산에 문을 열어줄지 지켜봐야 한다. 반대로 미국 무기 구매를 강요받을 수 있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장은 “트럼프 1기 때 미국산 무기 구매 비중이 증가했다. 2기에도 유사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대형공격헬기나 대형기동헬기, 항공통제기 등 앞으로 구매예정인 사업에서 미국산 구매 압박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송 회장은 조선업 협력에 대해서도 “반도체와 배터리와 같이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 조선사가 미국에 기술과 자금을 투자하라는 의미일 수 있다”며 “트럼프 시대 미국 무기 구매나 투자를 강요받을 때 휘둘리지 않고 손해 보지 않기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불확실성 속에 K방산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 K방산 수출품은 재래식 무기 위주로, 우주, 로봇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는 미래 전투작전에 필요한 기술·무기는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주요 방산제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긴 했으나 핵심 소재와 부품, 원자재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최근 수출 호조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며 “첨단 무기체계의 조기 전력화에 힘쓰고 있는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수출형 제품개발 확대와 부품 국산화, 소재 공급망 관리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