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 ‘불법 승계’ 2심도 징역 5년 구형…李 “국민 사랑받는 삼성으로 거듭나겠다”

다른 피고인들도 1심과 같은 구형량
1심 전원 무죄…2025년 2월3일 선고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른바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 2심 재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삼성 위기론’과 관련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면서 기회를 허락해 줄 것을 호소했다.

 

검찰은 25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 심리로 열린 이 회장 결심공판에서 “그룹 총수의 경영권 승계란 사익을 위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받은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 비대칭을 악용해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했다”며 1심과 같은 구형량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경제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피고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 주주들은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른바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 2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겐 각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5억원,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겐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나머지 삼성 경영진 7명, 삼정회계법인과 회계사 2명의 구형량도 1심과 같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다”며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제 사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건 제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 생각하고, 만약 재판부가 보시기에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면서 “평생 회사만을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삼성 위기론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시세조종, 회계분식 등에 관여했다는 19개 혐의(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2월 1심은 “이 회장의 승계 과정에 불법행위가 없었다”며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선고는 내년 2월3일에 이뤄질 예정이다. 어떤 판결이 나와도 검찰이나 이 회장의 상고가 유력시되는 만큼,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