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육수에 슴슴하게 끓여낸 된장찌개와 실눈 내리듯 굵은 소금 뿌려 구워낸 생선 한 마리. 봇짐처럼 갖은 양념을 싸맨 배추김치를 썰어내고 짭짤한 김 한 봉 올리면 어느새 든든한 밥상이 완성된다. 우리는 매일 바다가 내어준 재료들로 식탁을 채운다. 철마다 달라지는 해산물에 바다를 머금고 피어난 소금꽃까지 더하면 바닷물이 닿지 않는 음식이 없을 정도다.
바다는 이처럼 한없이 내어주면서 또 모든 것을 받아준다. 갈 곳을 찾지 못한 1400만t 상당의 쓰레기가 매년 전 세계 바다에 버려진다. 해양 쓰레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화학 분해가 되지 않아 잘게 부서진 채로 해수를 떠다닌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에 침투하고 돌고 돌아 결국 우리 밥상까지 오른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롯데마트·슈퍼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캠페인 ‘바다애(愛)진심’을 펼치는 이유다.
권영인 롯데마트·슈퍼 ESG팀 담당자는 “생업 현장에서 친환경 그물에 대한 관심도는 높지 않다. 우선 생분해그물에 대한 경험을 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보고, 제품을 기부하는 한편 유통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 같은 활동이 어업 현장의 인식을 조금씩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직원 함께 만드는 ‘바다숲’
숲에 나무가 사라지면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처럼 바다도 마찬가지다. 바다에서 자라는 해조류는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이자 먹이원이 되어준다. 또 숲 속 나무들이 탄소를 흡수하는 것처럼 ‘잘피’와 같은 해초류도 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막는다. 해양생태계가 탄소를 흡수하는 ‘블루 카본’은 육상생태계 ‘그린 카본’의 탄소 흡수 속도보다 50배 이상 빠르다. 잘피 1㏊당 연간 약 4t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마트·슈퍼는 해양생태계 복원의 중추인 잘피 숲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과도한 연안개발, 해양 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해조류가 사라지고 사막화되면서 바다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 사막화는 해양생태계의 다양성과 생물량 감소와 함께 지역 어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26일 한국수자원공단에 따르면 지난 5월9일 바다식목일을 하루 앞두고 롯데마트·슈퍼 임직원 40여명이 전북 군산시 장자도 앞바다에 심은 잘피는 6개월여 동안 건강히 성장하며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잘피 모종 4000주를 직접 제작해 약 200㎡ 면적에 이식을 완료했다. 이 잘피들은 1년이 지나면 키가 150㎝까지 자라 울창한 바다숲을 형성하고, 어류의 생육지가 된다. 롯데마트·슈퍼는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함께 해조류 성장에 방해가 되는 폐기물을 수거하고, 유속 및 풍랑 등 환경적 요소와 발아율·밀도·형태적 특성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인증 받은 ‘착한 수산물’ 판매
이처럼 ‘가치소비’가 확산하면서 롯데마트와 슈퍼는 ‘착한 수산물’ 유통에도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21년 8월 지속가능한 양식 수산물 인증(ASC)을 받은 전복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인증을 받으려면 양식업체는 양식장 주변의 폐타이어나 스티로폼 부표 등의 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임금·노동시간도 잘 준수해야 한다. 인증 제품을 파는 유통업체는 이력 추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롯데마트에서는 현재 23개점에서 ‘ASC 인증 전복’을 판매 중이며, 올해 내로 28개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양식이 아닌 어업 활동에 대해서는 국제 비영리 기구인 해양관리협의회(MSC) 인증을 받은 제품 총 30여점을 취급하고 있다.
이밖에도 롯데마트·슈퍼는 어린이 해양생태캠프 ‘바다애(愛)가까이’를 개최하고, 전복 폐사율을 낮추는 스마트 생산장비를 어촌에 기부하는 등 ESG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