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올해 ‘비계삼겹살’ 논란과 함께 ‘6만원에 빌린 해수욕장 평상에서 배달 치킨을 먹지 못했다’, ‘용두암 노상 해산물 가격이 5만원이라 구성 대비 비싸다’는 등의 비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라와 곤욕을 치렀다. ‘국민 대표 여행지 제주’ 이미지가 삽시간에 부정적 이슈에 휘말린 것이다. 제주도 관광당국과 업계는 그야말로 ‘일대 비상’이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내국인 관광객이 2023년부터 줄고 있던 터였다. 한번 실추한 이미지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제주 지역 외국인 관광객은 급증하고 있으나 내국인 관광객 수는 상대적으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6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은 2022년 1380만3058명으로 2021년(1196만159명)보다 15.4% 늘면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23년엔 1266만1179명으로 8.3% 줄었다. 올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은 25일 현재 1082만737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52만8635명)보다 70만1257명(6.1%) 감소했다. 월별 내국인 감소율을 보면 9월 7.3%, 10월 10.0%로 상승했다가 11월은 이날 기준 1.6%로 감소폭이 크게 줄었다. 올해 187.8% 급증한 외국인(178만2007명)을 포함하면 전체 관광객 수는 1260만9385명으로, 3.8%(46만1558명) 증가했다.
◆제주 국내선 공급좌석 부족 ‘악재’
11월 들어 제주행 동계 국내선 좌석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또다시 내국인 관광객 감소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일본·동남아 등으로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와 맞물려 국내선 항공편 좌석 수가 줄면서 악재가 겹쳤다. 지난달 27일부터 내년 3월29일까지 각 항공사의 제주공항 출·도착 동계 운항 일정을 보면 국내선 좌석 수는 1198만여석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1만여석(2.8%) 감소했다. 편수는 6만2872편으로, 1224편(1.6%) 줄었다. 수요가 높은 김포∼제주 노선은 주 35회 감소했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와 부정적인 이슈 등으로 위기감이 지속되자 제주도와 관광업계는 ‘국민 대표 여행지 제주’ 회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제주관광의 품격을 높여야만 제주관광이 산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제주는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관광에 기반한 ‘제주와의 약속’ 확산을 통해 제주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제주와의 약속은 △공정한 가격 △존중·배려 △좋은 서비스 품질 △자연환경 보전 △다시 찾고 싶은 제주 △지속 가능한 제주 등 새로운 제주여행 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관광윤리 운동이다.
이와 함께 제주관광 혁신과 체질 개선을 위해 협력적 거버넌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6월 관광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7월에는 관광불편 신고센터를 개소했다. 서울 강남에서 ‘제주와의 약속’ 대국민 선포식을 가진 데 이어 외식·교통·숙박·관광지 등 업종별 실천대회, 온라인 릴레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역특화 등으로 ‘더 오래 머무는 관광’
제주도는 ‘더 오래 머무는 관광’을 위해 지역관광(카름스테이: 작은마을, 동네를 뜻하는 제주어 ‘가름’(카름)과 머문다는 뜻의 ‘스테이’를 결합한 단어)·웰니스 등 지역 특화 여행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층을 위해 건강과 웰빙, 휴식을 중시하는 여행 코스, 웰니스와 연계 힐링 상품 개발을 추진한다. 지역 특화 마을여행 콘텐츠를 통한 장기 체류형 관광 확대, 전통굿, 해녀 문화, 제주어 등을 활용한 고유문화 테마 여행상품 개발, 습지와 곶자왈 등 제주 고유의 생태자원을 활용한 체험 관광 상품을 선보인다.
웰니스 관광지로는 자연·숲 치유, 힐링·명상, 뷰티·스파, 웰니스 커뮤니티 4개 분야 12곳을 선정했다.
‘카름스테이’ 마을여행은 권역별로 13개 마을을 선정해 체류형 특화상품을 내놨다. 전 세계가 인정한 유엔 최우수관광마을(구좌읍 세화리, 남원읍 신흥2리) 주민들만 아는 숨은 스폿부터 ‘제주살이’ 열풍을 일으키는 서귀포시 농촌 마을(남원읍 하례리, 대정읍 무릉2리)의 ‘한주살이’와 야외에서 음식을 즐기는 와일드다이닝, 넷플릭스 작품에도 등장한 원시림(남원읍 한남리) 숲 오리엔티어링 등 차별화된 상품들이 있다.
김희찬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제주와의 약속’의 도민과 전국 확산으로 ESG관광 선도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MZ세대 겨냥 관광 환경 조성 나서
개별여행 추세에 맞춰 디지털 기반의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친화 관광 환경 조성에도 속도를 낸다. MZ세대가 개별여행을 선호하고 경험을 중시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강주현 제주대 교수(관광경영학)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이 여행과 결합해 개인화, 편의 증진, 경험 확장을 야기하고 있다”며 “아일랜드 더블린 사례처럼 생성형 AI 기반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주요 명소, 대중교통정보, 예약, 해설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자동화 정보제공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 교수는 “대중교통기반 접근성과 정보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관광안내센터 위치를 관광객이 자주 방문하는 쪽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의 자연경관이나 우주공간 등을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 인터랙티브 기술로 구현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 필요성도 강조했다.
◆오영훈 도지사 “지역사회·업계·행정 합심 제주 이미지 개선·혁신 성과”
“지역사회와 관광업계, 행정이 하나로 뭉쳐 제주관광의 대혁신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오영훈(사진) 제주도지사는 “‘제주와의 약속’ 대국민 캠페인 확산, 해수욕장 편의용품 가격 인하부터 제주관광불편신고센터 운영까지 제주관광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장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되돌리는 ‘혁신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2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제주관광혁신 비상대책위원회의를 통해 안전한 관광환경 조성, 대중교통 편의 개선, 디지털 대전환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제주가 고급 관광지로 거듭나고, 나아가 제주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고 싶다”며 “관광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고, 제주관광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제주관광에 대한 신뢰 회복과 만족도 향상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으로 올해 관광객 1000만명 조기 달성을 이뤘으며, 11월부터 내국인 관광객 감소율이 크게 줄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지사는 제주도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시도하는 ‘빅데이터 관광산업 통계 구축’ 사업도 소개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주관광의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오 지사는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관광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 기반 정책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라며 “제주 관광산업 전반에 대한 객관적이고 주기적인 경기동향 파악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년 초부터는 정기적인 관광산업 경기동향 데이터 확보와 함께 3개월 단위의 단기 경기동향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는 민선 8기 후반기 디지털 전환 정책의 핵심 기반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 지사는 “최근 디지털 소비자의 제주 방문이 늘어나는 만큼 최신 트렌드와 디지털 소비자 요구를 분석하는 것이 제주관광의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금융권을 비롯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고, 기업의 혁신적인 시각을 정책에 반영하는 등 선도적인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