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려진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 논란을 둘러싼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 갈등이 심각하다. 한 대표와 친윤계가 그제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 이름으로 올려진 글에 대한 한 대표 측 해명을 문제 삼은 데서 비롯됐다. ‘한 대표 사퇴’와 같은 글을 쓴 작성자를 고발하려고 한다는 기사를 놓고서도 김 최고위원과 한 대표가 언성을 높였다. 집권당 의원들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자중지란에 빠져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달 5일 이 논란이 처음 제기된 이후 줄곧 로키 대응을 해 온 한 대표가 발끈하는 모습이 평소 그답지 않다. 한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최근에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명태균 리스트와 관련됐거나 (나를 공격 사주한) 김대남 건에 언급됐던 사람들”이라면서 “당 대표를 흔들고 끌어내려 보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른바 ‘김옥균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일 것이다. 사실 당내 익명 게시판에 올려진 글을 놓고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판적 목소리는 자유롭게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민의힘도 익명 게시판을 도입한 것 아니겠는가.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대통령이라고 해서 비판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허위사실 적시 등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한 글 작성자를 밝혀내는 것도 부적절하다.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올려진 글 1068개를 전수조사했더니 가족 명의 907개는 문제 될 게 없고 동명이인의 ‘한동훈’이 올린 161건 중 12건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위 높은 욕설과 비방이 포함됐을 뿐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한 대표가 논란을 조기에 종식하지 못한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문제성 글을 쓴 가족이 있는지를 스스로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만에 하나 가족이 연루됐다고 한들 한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더불어민주당은 그제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선고가 난 걸 계기로 대여 공세를 강화할 태세다. 검사 탄핵소추안 처리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밀어붙이고 검찰 수사를 통제하는 법안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원내 소수 여당이 똘똘 뭉쳐 막아내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에서 적전분열 양상이라면 자멸할 뿐임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