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 평등” “맞벌이 혜택”… 유보통합기관 입소 기준 갑론을박

내년 통합 앞두고 추첨제 vs 점수제 놓고 고심

현 유치원 무작위 추첨제 운영
어린이집은 맞벌이·다자녀 가점
“추첨제, 워킹맘에 전보다 불리” “점수제는 오히려 차별” 의견도

0∼5세 부모 51% 점수제 선호
연령별 이원화·절충안도 거론
교육부 12월 입학방식 결정방침

교육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한 기관으로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인 가운데 어느 기관의 선발방식을 따를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맞벌이·다자녀 가정이 받는 어린이집 우선 입소 가점이 사라지면 맞벌이가정의 돌봄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 연합뉴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하나의 이름(가칭 영유아학교)으로 통일되고, 교사 지위, 시설 기준 등 통합이 진행된다. 현재 어린이집은 만 0∼5세, 유치원은 만 3∼5세가 대상이어서 만 3∼5세(한국나이 5∼7세)는 어느 기관에 다니는지에 따라 교육·보육 질이나 지원금 등이 달라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유보통합은 아동이 어느 기관에 가든지 양질의 교육·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유보통합에서 학부모의 관심이 가장 쏠리는 건 선발방식이다. 현재 유치원 선발은 ‘추첨’이 기본이다. 매년 11월 1∼3희망 유치원을 신청하면 무작위 추첨이 진행된다. 입학 우선권이 주어지는 대상은 북한이탈주민·국가보훈대상자 등 극히 일부다.

 

반면 어린이집은 맞벌이·다자녀 등의 조건에 따라 ‘가점’을 받을 수 있고, 점수순으로 우선권이 주어진다. 현재 맞벌이가정이면서 3자녀인 가정은 만점을 받아 어떤 어린이집이든 우선권이 확보된다. 동점자 중에선 먼저 신청한 사람이 우선이어서 출생신고를 마치자마자 몇 년 뒤 입소할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기도 한다.

통합기관이 추첨제와 점수제 중 어떤 모델을 따를지가 관건이다. 추첨제로 갈 경우 영유아를 맡겨야 하는 맞벌이가정은 전보다 불리해질 수 있다. 만 0세와 2세 자녀가 있는 A씨는 “현재 맞벌이 다자녀 가정은 한 자녀나 외벌이 가정보다 점수가 높아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 입소가 유리한데 가점이 사라지면 입소가 불확실하다는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며 “워킹맘들 복직에 걸림돌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반면 점수제는 맞벌이나 다자녀가 아닌 가정에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충남의 한 유치원 관계자는 “만 3∼5세가 다니는 유치원은 돌봄만을 위한 기관이 아니고 사회성 교육 등을 위한 곳인데 맞벌이 등 가정 여건에 따라 우선권이 주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맞벌이 등 가점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분위기다. 이날 교육부 주최로 열린 ‘유보통합기관 입학기준 마련 정책토론회(포럼)’에서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본부장은 0∼5세 자녀를 둔 학부모 1979명을 조사한 결과 상시대기점수제를 선호한 응답자(51.4%)가 추첨제(48.6%)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입학 우선순위에 맞벌이·다자녀 여부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추첨제의 문제로는 ‘추첨의 불확실성으로 입학 가능성 예측 어려움’(37.8%), ‘추첨탈락 시 교육 및 보육 공백 발생 우려’(27.8%) 등이 꼽혔다.

 

토론회에서는 만 0∼2세는 점수제로, 만 3∼5세는 추첨제로 이원화하거나 우선 추첨제를 기본으로 하고 탈락자에게는 가점을 부여하는 절충안도 거론됐다. 조 본부장은 “우선순위 대상 간 형평성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지역·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기준 적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의견 수렴 뒤 입학방식을 결정해 다음 달 발표되는 유보통합 방안에 담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실제 현장에 바뀐 방식이 적용되는 것은 몇 년 뒤가 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바로 입학방식을 바꾸면 혼란이 커 통합기관이 되더라도 각 기관은 일단 (통합 전) 기존 입학방식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며 “몇 년의 유예기간 뒤 새 입학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