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한예종 교수, 음주수업에 폭언도 일삼았다”

학생들 “술에 취한 상태로 강의”
해당 교수, 음주는 인정 폭언 부인

제자를 성추행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박근형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교수가 음주 상태로 수업에 임하며 제자들에게 폭언을 일삼아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 학생들은 그의 교수직 사퇴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다. 

 

26일 한예종 연극원 학생들로 구성된 ‘P교수 성추행 사건과 음주 수업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박 교수는 강의실 안팎에서 수강생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포함한 부적절한 발언을 수년간 일삼았다. 

 

공대위가 확보한 다수 피해 증언에 따르면 박 교수는 지난해 11월 연출과 전공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발 너는 이게 희곡이냐”, “이런 ×같은 대본”, “너는 배운 거라곤 술 처마시는 것밖에 없지” 등의 발언을 했다. 한 학생에 대해 20여분 동안 융단폭격식으로 쏟아낸 막말에 숨이 가빠지는 증세를 보인 수강생도 있었다고 한다.

한예종 연출과 P교수 성추행 사건과 음주 수업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21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캠퍼스 연극원 앞에서 가해 교수의 파면 및 재발방지 약속 등 5대 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상수 기자

한 수업에선 배역을 맡은 연기과 학생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5층에 위치한 연습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이 못하겠다고 하자 “그러면서 무슨 연기를 하겠다는 거냐”고 비난했다는 것이 피해 학생들의 주장이다. 공대위는 “이미 졸업한 피해자들도 추가 제보를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사태의 배경엔 ‘음주 수업’이 있다고 설명한다. 공대위에 따르면 박 교수는 대부분 수업시간에 술에 취한 상태로 들어오거나, 수업 도중이나 후에 학생과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한 학생은 “한 학기, 16주 전체가 음주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박 교수가) 취해서 자신의 폭언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보일 정도로 이성을 잃기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박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술을 마시며 수업하는 게 창작극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의 특별한 교육방식으로 포장되는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 

 

박 교수는 올해 5월 연출과 전공수업 수강생들과 식당에서 음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던 중 제자를 성추행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박 교수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사건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에게 사과했다”면서도 “수업 중 술을 마신 사실이 있지만 (폭언은) 아니다”라며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공대위 측은 “문제 발언을 들은 학생들이 많다”며 “박 교수가 강도높은 폭언을 한 다음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사과한 일도 있다”며 이를 재반박했다.

 

한예종은 이달 20일 정직 3개월의 징계 기간을 마친 박 교수에 대해 ‘별도 명령 시까지 무기한 수업 배제’ 조치를 취했다. 공대위는 “성폭력 가해 교수가 사건 발생 몇 년 후 어물쩡 복직한 선례가 있다”며 “박 교수를 파면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안전한 학습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3년 극단 골목길을 창단한 박 교수는 ‘경숙이, 경숙아버지’ ‘너무 놀라지 마라’ 등을 무대에 올린 연극계의 간판 연출가다. 2010년부터 한예종에서 극작과 연출을 가르치고 있다. 

 

앞서 한예종은 박 교수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20일 김대진 총장 명의의 서한문을 통해 “‘안전한 수업환경 조성 TF’를 구성해 다시는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예종 관계자는 TF의 가이드라인과 구체적 활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6개 원(음악원·연극원·영상원·무용원·미술원·전통예술원) 교수로 TF를 구성해 조만간 회의를 열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