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2월 15일 전공의(레지던트) 시험… “누가 보나” 의료계 불안감

5일 수련병원별 모집절차 개시
규모 늘리고 수도권 정원 유지
“찔끔 지원·인기과 쏠림 불안감”

정부가 내년 상반기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모집 절차와 관련해 사실상 첫 일정인 레지던트 필기시험을 다음달 15일 치르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했다. 특히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진작과 일부 지방 병원의 경영 위기 상황 등을 고려해 레지던트 모집규모를 전년보다 늘리면서도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필기시험은 권역별로 치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내년에도 복귀하지 않겠다고 한 상황이라 얼마나 지원할지 모르겠다”며 내년에도 이어질 의료 공백을 걱정하고 있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는 다음달 5일 내년도(2025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계획을 공고하고 수련병원별 모집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대한병원협회 수련환경평가본부 관계자는 “인턴은 의사 국가시험 결과를 필기 성적으로 반영해 각 수련병원이 면접을 통해 선발하고, 레지던트는 인턴 수료자 및 예정자를 대상으로 필기시험을 본 뒤에 각 병원 면접을 통해 선발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레지던트는 다음달 5일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필기시험(12월15일)과 면접(12월17∼18일)을 거쳐 12월19일 합격자가 발표된다. 의사 국시로 필기시험을 대체하는 인턴은 내년 1월22∼23일 원서접수에 이어 면접(1월24∼27일)을 거쳐 내년 1월31일 합격자가 정해진다.

 

각 수련병원은 이를 통해 내년 3월부터 근무할 인턴과 레지던트를 뽑는데, 이번 모집 결과로 내년에 복귀하려는 전공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전공의·의대생들이 내년에도 복귀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일정은 물론 모집 규모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조만간 모집 공고는 낼 것”이라면서도 “전체 지원자가 적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인기과와 필수과 등 과목별로 지원 상황이 다를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병원 관계자는 “통상 10월 중순 관련 일정을 공유하고 11월 중순 병원의 모집 공고가 나가는데 올해는 일정 공유가 늦어지고 있다”며 “원래 전공의 지원자가 적은 지방 병원의 상황은 더울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수련병원의 전공의 배정을 5.5대 4.5에서 내년에 5대 5로 바꿀 계획이었지만, 전공의 복귀 진작을 위해 수도권 정원을 줄이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정원을 유지해야 더 많은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다. 전공의들은 사직 후 1년 안에 동일 과목·연차로 복귀할 수 없지만 내년 3월 복귀를 허용하는 특례 적용도 고려되고 있다.

 

특히 경영사정이 악화한 지방의 A병원 등에 더 많은 전공의들을 우선 배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전공의는 수련생일뿐’이라고 하더니 경영이 어려운 병원에 많은 인원을 배정하는 건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사직 전공의 9198명 가운데 의료기관에 일반의로 재취업한 인원은 4640명(50.4%)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수련 병원에 출근 중인 레지던트는 1073명으로 전체 1만463명 중 10.3%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