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다음 달 27일 퇴임하는 김상환 대법관 후임으로 26일 마용주(55·사법연수원 23기·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 마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임명된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마 후보자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할 수 있는 전문적인 법률 지식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능력은 물론, 사법부 독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굳은 의지, 시대 변화를 읽어 내는 통찰력과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훌륭한 인품 등을 두루 겸비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마 후보자는 경남 합천 출신으로 1997년 서울중앙지법 전신인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해 법원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심의관과 윤리감사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선임재판연구관, 수석재판연구관 등을 거쳐 2021년 2월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됐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전원합의체를 비롯한 대법원 재판을 보조하는 요직이다. ‘대법관 등용문’으로도 통한다.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중도·보수 우위 구도는 굳어진다. 마 후보자는 눈에 띄는 진보적인 판결을 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판사는 마 후보자에 대해 “사석에서도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전했다.
마 후보자는 비정규직, 통상임금, 국가 상대 손해배상 사건 등에선 사회적 약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전 의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올해 8월에는 백현동 개발 비리의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게 1심과 같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