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청소하며 세상 밝히던 70대, 마지막까지 생명 구하고 떠났다

생전 장기기증 신청한 70세 안명옥씨
"삶의 끝에 누군가 살리고 떠나고 싶다"
뇌사장기기증을 통해 1명에게 새 생명을 안겨준 故안명옥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평생 부지런히 일하며 늘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보살폈던 70대 여성이 장기기증을 통해 타인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2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고대안암병원에서 뇌사 추정 판정을 받은 안명옥씨(70)가 10월 30일 가족 동의 하에 간장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기증원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7월 1일 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점차 몸 상태가 악화돼 10월 13일 뇌사 추정 상태를 진단받았다. 이후 가족들은 뇌사 장기기증에 동의, 간장을 기증하여 한 명의 생명을 살렸다. 

 

전북 정읍에서 8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안씨는 내향적이고 조용한 성격으로 사람을 대할 때는 진심을 다하였다. 작고 약한 동물을 보면 안쓰러워하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재봉사로, 최근까지는 건물 청소일을 하며 사회에 도움이 되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늘 보람을 느끼며 성실히 일했다. 몸이 아파도 병원 한번을 찾지 않고, 언제나 쉬지 않고 움직이며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가족을 보살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지난 2021년에는 뇌사나 사망 이후 장기·인체조직을 기증하겠다며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했고, 삶의 끝에 누군가를 살리는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떠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안씨의 뜻에 따라 기증을 결심했으며, 좋은 일을 하고 떠나고 싶다고 했던 그 말을 지켜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씨의 아들 송진용씨는 기증원에 “고생만 하시고 떠나시는 거 같아 더 아쉽고 안타깝다”며 “어머니랑 조금이라도 더 같이 살고 싶었는데, 저는 어머니 때문에 살았고 지금도 어머니만 생각난다. 고맙고 사랑한다”고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따뜻한 사랑을 베풀고 가신 기증자 안명옥 님과 생명나눔 실천에 함께 해주신 유가족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름다운 사랑이 누군가의 생명이 되는 기적이 되었으며 더 많은 생명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