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에 이어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대구시가 공무직근로자의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면서 지방자치단체 공무직의 정년 연장이 화두로 떠올랐다. 공무직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흐름이 거세지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현실적 문제로 ‘난감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관련 내용에 대해 검토에 들어간 지자체도 있는 반면 정년 연장 관련 내부 논의를 하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무원과 달리 공무직은 개별 지자체나 기관의 결정에 따라 정년 연장을 시행할 수 있어 각 지자체가 이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직이란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에 소속된 정규직 근로자를 일컫는다. 공공기관 소속이지만 일반 공무원과는 구분된다. 문재인정부가 2018년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만들어진 직종으로 정년이 보장된 무기근로계약직이다. 공무원처럼 정부가 고용하지만 민간 근로자와 동일하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다. 전국 약 40만명, 광역·기초지자체의 공무직은 합산 7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공무직 정년 연장 불가피”
◆실효성·예산 문제… “검토 안 해”
그러나 대구시의 발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공무직 정년 연장이 실질적으로 확정된 곳은 없다. 여러 지자체는 세계일보에 정년 연장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무직의 정년 연장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고, 구체적인 검토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공무직은 시청·자치구·산하 공공기관 등을 포함해 3100여명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공무직의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기는 어렵다”며 “하나의 제도로 꿰어맞추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강원도·광주시·인천시·울산시 등은 공무직 정년 연장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실효성 등 다양한 현실적 장벽에 막혀 있는 탓이다. 예산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공무직 정년 연장 시 지자체가 예산도 부담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문제로 섣불리 공무직 연장 논의를 시작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설관리 공무직이 대부분인 행안부와 달리 지자체에는 다양한 직종의 공무직이 많아 이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원도 관계자는 “행안부는 이번 공무직 정년 연장이 전국에 시행하겠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공무직 연장 논의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기존에도 정년에 도달한 공무직근로자를 촉탁직(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계약직으로 계속 근로하는 형태)으로 전환해 실질적으로 계속고용을 실시해 왔던 만큼, 정년연장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에서는 정년이 60세로 묶여 있는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사정도 고려하고 있다. 한 광역지자체 관계자는 “공무원 정년 연장 논의가 선행된 후 공무직에 대한 논의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장기적인 인력 수요 파악을 선행한 뒤에 정년 연장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남재걸 단국대 교수(행정학)는 “한 번 늘어난 조직을 줄이기란 힘들다”며 “공무직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고려해 철저한 장기 인력 계획을 수립한 뒤, 향후 인력 부족 여부 등 정년 연장이 합리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관련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