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 위원장의 핵 위협에 대응해 ‘리틀 로켓맨’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붙였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판문점을 건너 북한 땅을 밟았고, 김 위원장과 3차례나 회동을 했다. 이른바 ‘러브레터’라고 불리는 친서를 수십 차례 교환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2017년 1월 취임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강대강으로 충돌했다. 김 위원장은 그해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데 이어 9월3일에는 제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김 위원장은 이틀 뒤 조선중앙통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핵 문제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지만, 북한이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면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상을 직접 만난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두 정상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수습 등 4개 항목을 골자로 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두 정상의 친서 교환 등이 이어졌다. 북한은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9년 2월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2차 회담은 영변 핵시설 해체와 대북 제재 완화의 맞교환을 제시한 김 위원장과 ‘영변 플러스’ 시설의 해체를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북·미 대화는 하노이를 기점으로 더 진전되지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김 위원장과 관계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김 위원장에 트윗으로 비무장지대(DMZ) 회동을 제안했고, 두 정상은 2019년 6월30일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다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세 번째 회동에서 53분간 대화했고,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