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 대선 이의 제기에 인권탄압한 군·정보기관 21명 제재"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대선 이후 개표 불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을 탄압하는 데 관여한 현지 군·정보기관에 대해 제재를 내렸다.

 

27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베네수엘라 상황과 관련된 특정인의 재산 차단 및 입국 불허를 규정한 행정명령에 따라 군 헌병대(GNB), 군 방첩사령부(DGCIM), 정보기관(SEBIN), 경찰(BNP) 등 주요 부서 지휘 책임자들과 정부 관료 등 21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마두로 정부 성과 모니터링 주무 부처 장관(아니발 에두아드로 코로나도 미얀)과 언론 통제에 앞장선다는 평가를 받는 커뮤니케이션·문화·관광 분야 부통령(프레디 냐네스) 등이 포함됐다. 이번 제재로 이들의 미국 내 자산으로 인해 창출된 수익은 동결됐다. 각종 거래 행위 역시 금지되거나 차단됐다.

2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국가정보국(SEBIN) 본부 인근에서 정치범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가족들의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AP뉴시스

미 재무부는 “이들은 니콜라스 마두로가 7월 28일 대선에서 자신을 당선인으로 부정하게 선언한 것을 계기로 에드문도 곤살레스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한 유권자 뜻을 무시하고 시민 사회를 탄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친여당 성향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대선 이후 2차례 득표율 공개를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을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베네수엘라 야권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개표 결과를 바탕으로 득표율 67% 대 30%로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선포하며 선거결과를 부정에 따른 것으로 규정했다. 

 

이후 마두로 정부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야권 지지자에 대한 대대적 탄압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포로페날의 통계에 따르면 대선 이튿날인 7월29일 이후 지난 13일까지 관련돼 체포된 인원이 14∼17세 청소년 69명을 포함 1848명에 이른다.

 

당초 미국은  대선 직후 곤살레스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면서 부정선거 의혹을 인정했지만 당선인 선언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엑스(X·옛 트위터)에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의 의지에 대한 존중”이라며 “곤살레스 후보가 베네수엘라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처음 명시했고, 이후 이번 제재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