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이양 앞둔 바이든 행정부, 우크라에 병력확대 위한 징집연령 대폭 하향 요구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징집 연령을 낮춰 병력을 신속히 확충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료하겠다고 외쳐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전황을 유리하게 만든뒤 정권을 이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향한 압박에 나선 것이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등은 익명의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전투 병력 풀 확대를 위해 현재 25세인 징집 연령을 18세로 낮추길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는 사실 동부전선에서 꾸준한 진전을 거두고 있고, (우크라이나가 치고 들어간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의 전선을 밀어내기 시작했다”며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것은 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전장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동원과, 더 많은 인력은 중대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 임기(내년 1월20일까지) 중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계속 포탄과 로켓, 차량, 방공 미사일 등을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무기 지원보다 병력 확충이 더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는 북한이 1만1000명 이상의 병력을 러시아 지원을 위해 파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도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점령지를 넓혀가고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한달간 러시아가 런던(1572㎢)의 절반 넓이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지역을 차지했다는 것이 일부 분석가들의 평가라고 소개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민방위 병력을 포함해 현재 100만 명 이상이 군복을 입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자체적으로 약 16만의 병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나 미국정부는 그보다 더 필요하다고 보는 상황이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도 우크라이나에 징병 연령 하향을 요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바이든 행정부의 병력 증원 요구는 내년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을 공약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하기 전에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 등에서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하고,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또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560억 달러(약 78조원) 이상의 안보 지원을 한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획기적 병력 확충 없이 무기 공급 확대만으로는 전황을 유리하게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를 인식한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 등의 징병 확대 요구에 난색을 표하며 오히려 서방의 무기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3년째인 올해 들어 징집기피자 처벌을 강화하고 계엄법에 따른 동원 가능 연령대를 기존 ‘27세 이상’에서 ‘25세 이상’으로 확대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죄수까지 징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