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2기의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을 맡아 정부 조직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리에 있는 공무원의 신원을 온라인에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주 엑스(X·옛 트위터)에서 기후 관련 공직을 맡은 4명의 이름과 직책을 담은 게시글 2건을 공유했다. 머스크는 납세자가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의 ‘기후 다변화 국장’을 고용하기 위해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글에 “가짜 일자리가 너무 많다”는 댓글을 달았다. USIDFC는 저소득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등을 돕는 투자를 지원한다. 이 보직을 맡은 공무원은 머스크의 게시글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폐쇄했다.
머스크는 에너지부 산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의 최고기후책임자도 지목했다. CNN은 이 사무국이 초기 투자가 필요한 에너지 기술 개발을 지원하며 2010년 테슬라에 4억6500만달러(약 6500억원)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CNN은 머스크가 지목한 공무원들에 부정적 관심이 쏟아졌으며 일부 다른 공무원도 머스크 때문에 자신이 위협받거나 직장을 그만둬야 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공무원노조(AFGE)의 에버렛 켈리 위원장은 “공무원들이 겁을 먹어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CNN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전에도 자기를 방해하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잦았다.
머스크는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설립된 기관인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폐지해야 할 기관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엑스의 다른 이용자가 CFPB를 비판하는 글에 댓글로 “CFPB를 없애라. 중복되는 규제 기관들이 너무 많다”고 썼다. CFPB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인 2010년 오바마 정부에서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정치인이자 법학자 출신인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이 제안해 설립한 소비자 보호 금융 규제 기관이다.
이날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백악관 브리핑실에서 일부 주류 언론 매체를 배제하고 브리핑실을 더 많은 독립 언론인과 SNS 인플루언서에 개방하는 방안을 아버지와 논의했다고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시인 2020년 대선을 앞두고 그간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자리를 배정해온 관행을 무시하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매체들을 브리핑실에 초청한 바 있다. 당시 백악관 관계자들은 특정 언론 기자에게 뒷줄에 앉은 기자와 자리를 바꾸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기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한 기자를 징벌하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이런 전례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자신을 비판해온 주류 언론을 배제하고 팟캐스트 진행자와 인플루언서 등을 우선 배정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캐럴라인 레빗 인수팀 대변인은 이날 “어젯밤(26일 밤)과 오늘 아침, 각료 지명자와 행정부 (고위직) 임명자 중 몇 명이 자신의 생명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겨냥한 폭력적이고 미국인답지 않은 위협의 표적이 됐다”며 “이러한 공격은 자택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등의 위협부터 허위 범죄신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고 밝혔다. 인수팀은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CNN은 현재까지 파악된 당사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 유엔 주재 대사로 지명된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 노동장관으로 내정된 로리 차베즈더리머 하원의원, 스콧 터너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지명자, 브룩 롤린스 농림부 장관 지명자,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 지명자 등 7명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