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4법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쌀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며 추가 논의를 요구했지만 야당은 “식량 안보 문제”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입법을 저지했는데 야당이 22대 들어 다수 의석을 동원해 같은 취지의 법안을 재차 통과시킨 것이다. 여당과 정부는 이들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단 입장이어서 여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처리한 농업 4법은 양곡법·농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찬성 173표, 반대 80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나머지 3개 법안도 압도적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가격이 기준치 밑으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산물가격안정법 개정안은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 밑으로 내려가면 차액을 정부가 보전하도록 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은 생계구호비에 더해 재해 발생 이전에 투입한 생산비까지 재해복구비로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시 보험료 할증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당은 이들 법안이 ‘농업 포퓰리즘법’이란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표결 직후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된 법안들”이라며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네 개 법안에 반대한다”며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네 개 법률 개정안 모두 그간 정부가 문제점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 없이 처리된 점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이 법률안은 시행이 곤란할 뿐 아니라 다른 법률, 기존 제도와 충돌하고 국제 통상규범 위반, 수급 불안 심화, 막대한 재정 부담 등의 문제가 있어 농업·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쌀 과잉 생산을 고착화해 가격 하락을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45년 만의 쌀값 폭락으로 시름에 젖은 농민과 농촌 전반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전날엔 이재명 대표가 농업 4법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농업은 국제경쟁에 맡겨도 되는 사양산업이 아니다. 이 나라의 식량 주권, 식량 안보가 걸린 안보산업이자 전략산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