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군의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인공지능(AI)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한국 20대 남녀의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인 바 있다. 남성은 천막을 치고 훈련하는 군인 모습을 그린 반면 여성은 커피숍에 앉아 수다를 떠는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 ‘성 고정관념’을 AI가 답습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 반면 ‘사실적’이란 의견이 엇갈렸다. 군 복무가 의무인 한국에서 20대 남성은 입대해 훈련받고, 여성은 이런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제는 스스로 군에 입대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여성도 군에 입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다시 힘이 쏠리는 분위기다. 남성처럼 징병제를 거치지 않아도 자발적 입대가 늘기 때문이다.
앞선 10월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군대에는 여군 장교 7700여 명, 여군 부사관은 1만1500여 명 등 총 1만9200여 명의 여군이 복무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군은 육군 1만24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공군 3300여 명, 해군 2700여 명, 해병대 800여 명 등으로 남군 대비 여군의 비율은 10.9%였다.
저출산 기조로 남성 현역병이 감소하자 여군 간부 선발 인원도 매년 오름세다. 지난 2022년 여군 장교·부사관 선발인원은 각각 1158명, 2157명으로 2019년과 비교했을 때 18.8%, 40.8% 늘어난 수치다. 국방부는 오는 2027년까지 장교·부사관 중 여군 비율을 15.3%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고 폐쇄적인 군 조직문화로 인해 여군들에게는 여전히 큰 장벽인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에 우리 군은 의미 있는 변화를 맞이했다. 육·해·공군 모든 병과가 여군 장교에게 개방되어 전 병과에서 금녀(禁女)의 벽이 사라졌다.
당시 국방부는 “국방 전 분야에서 여성 인력의 역량 발휘가 증대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방부대의 보병대대 여군 지휘관이 탄생한 지 오래고,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 등을 지휘하는 항공작전사령관도 배출했다.
여군 최초 전투비행대장과 첫 여군 함장에 이어 2023년에는 3천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과 안무함에 승선할 여군을 선발해 그간 ‘금녀(禁女)의 벽’으로 여겨졌던 잠수함의 문호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여군 확대에도 불구하고 남성 중심적이고 폐쇄적인 군 조직문화로 인해 여군들은 불안한 직장 군대를 떠나고 있다. 진급은 어렵고, 성희롱·성폭력은 여전하며, 이로 인해 군을 떠나는 여군의 희망전역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희망전역을 한 여군은 842명으로 △2019년 108명 △2020년 116명 △2021년 112명 △2022년 158명 △2023년 180명 △2024년 9월 기준 168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역 이유로 ‘잦은 부대 이동’, ‘여성 시설 및 복지 제도 부족’ 등을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장교가 아닌 병으로 입대가 사실상 불가능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황희 의원은 “軍의 여군 확대는 병력 부족 해소나 양성평등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변화된 안보환경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면서 “여군이 행복한 군대, 여군 처우개선 및 복무 만족도 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구절벽 문제로 여성의 군 복무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30년 이후 군 상비 병력 규모가 50만명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목표 수치 규정을 삭제하는 국방개혁과 관련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예고되기도 했다. 기존 '50만명 수준 목표'에서 '가용자원을 고려해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범위'로 목표 수준이 하향되는 것이다.
실제 인구절벽으로 군 징집 대상인 젊은 남성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20년 33만3000명이던 20세 남성 인구는 2년 뒤에는 25만7000명으로 30% 가까이 급감했다. 국방부는 현재 22만명 수준인 20세 남성 인구가 2040년엔 13만5000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군 확대 및 모병제 전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10여 년 뒤 예고된 '2차 병역자원 절벽'에 대한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5월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와 병무청이 공동 주관한 포럼에서도 "출산율이 0.78 정도인 현실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여성 징집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