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 공포에 금리 2연속↓… 한은, 내수 진작 위해 추가 인하도 시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한은 기준금리 3.0%로 내려

2024년 성장률 전망 2.2%로 ↓
2025년 1.9%·내후년 1.8% 전망

금리 2회 연속 인하 배경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 땐 수출 둔화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 우려 커져
시중에 돈 풀어 내수 살리기 분석
“美 신정부 정책 불확실성 커” 강조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며 기준금리를 현 3.25%에서 3.0%로 전격 인하했다. 지난달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며 3년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이후 연속 인하다. 연속 두 번 인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여 만에 처음인데, 한은은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수출 타격 우려가 성장률을 끌어내리며 금리 인하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은행 등 빌딩이 밀집한 도심 풍경 위에 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예상보다 경제 하방압력이 커져서 금리 인하 속도를 좀 더 빨리 가져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기준금리를 경제상황 변화를 보아가며 추가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미국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레드 스윕’(공화당의 상·하원 의회 장악)은 우리 예상을 넘어섰다”면서 “또 3분기 수출 물량이 생각보다 크게 줄었는데,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지난 8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췄다. 내년은 1.9%, 2026년은 1.8%로 계속 1%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 진작’ 강력 의지… 추가 인하도 시사

 

한국은행이 28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경기와 성장에 대한 전망이 그만큼 나빠졌다고 보고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전쟁’을 예고함에 따라 우리 기업의 수출에 타격을 주고, 이는 곧 국내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한은은 이날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2%, 1.9%로 0.2%포인트씩 낮췄다. 나아가 2026년은 1.8%로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1954년 국내총생산(GDP) 통계 집계 이래 성장률이 2%를 밑돈 해는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2023년(1.4%) 여섯번뿐이다.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등의 충격이 컸던 시기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내려 지난달 11일에 이어 두 달 연속 인하를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3분기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는데 경쟁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등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고 봤다”며 “미국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2026년 전망 변동성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 우리나라 내년 성장률은 이번 전망보다 0.2%포인트 더 낮은 1.7%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다면 2.1%로 반등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수출 타격뿐 아니라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 등 구조적인 문제가 저성장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이다. 수출과 환율은 대외 요인의 영향이 큰 만큼 당장은 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으로 내수라도 살려야 한다는 게 한은의 판단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 경제성장률을 0.07%포인트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얼마나 더 많이 또는 어느 속도로 내릴 것인지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추가 인하도 시사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 1분기 추가 인하에 나서고, 내년 말 기준금리는 당초 전망보다 낮은 연 2.50%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연말까지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내년 2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2021년 11월 한시 인하 조치가 시작된 뒤 13번째 일몰 연장으로, 내수 진작에 방점을 찍은 조치이다. 기획재정부는 “중동 긴장에 따른 국내외 유류 가격의 불확실성과 국민의 유류비 부담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