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세 번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특검법이 위헌적일 뿐만 아니라 여론재판과 정치공세에 악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쟁화 등 부작용이 문제 돼 양당 합의로 특별검사법을 폐지한 미국의 예를 들며 “정치적 악용은 금지돼야 한다”고 했다.
28일 국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이같은 입장을 담은 김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안을 통해 “이 특별검사 법률안은 제3자 추천의 외관만 갖추었을 뿐 특별검사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만 부여해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이러한 절차를 거쳐 임명된 특별검사는 그 공정성이 심각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표적수사나 별건수사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수사대상인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명태균을 통한 불법 여론조사 등 부정선거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명태균 등의 선거·인사개입 의혹 사건과 창원 국가산업단지 지정 등 정보 유출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특정 정당 또는 정치세력이 사실상 임명한 특별검사를 통해 의도한 수사결과를 내기 위한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명태균을 통한) ‘부정선거’, ‘선거개입’, ‘인사개입’ 등 용어는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불명확한 용어로 특별검사 등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우려가 있다”며 “위 수사대상 규정은 구체적 수사 단서와 상관없이 사실상 모든 혐의를 무한정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 범위를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규정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잉수사로 인한 인권침해와 과도한 혈세투입도 우려된다고 봤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가 역대 최대규모였음을 언급하면서 “당시 153억원 이상의 예산이 집행된 점을 감안하면 수백억 원의 혈세 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에 대한 언론브리핑 규정을 지적하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정치편향적인 인사가 특별검사로 임명될 가능성이 농후한 바, 수사 및 재판 절차 브리핑이 정치적 여론재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다분하다”며 “수사대상자의 명예가 부당하게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거가 아닌 사람을 쫓는 수사를 할 우려가 있고, 표적수사, 별건수사, 과잉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사방해 금지, 직무수행 회피 규정은 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세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헌법상 명확성의 워칙과 비례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는 규정을 악용해 그 위반을 근거로 탄핵, 해임건의, 징계요구 등 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세를 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도 특별검사가 상대 정당을 공격하는 카드로 악용, 상대 정치인의 사소한 비리도 기소하게 하거나 비정치적 사건을 정치적 쟁점화시키는 등 여러 부작용이 사회적으로 문제돼 1999년 양당 합의로 특별검사법을 폐지한 바 있다”며 “특별검사 제도는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는 내재적 한계 때문에 대규모 부패범죄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한정해 도입해야 하고, 정치적 악용은 금지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 여사 특검법은 다음달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