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를 예수의 가장 친한 친구로 해석”…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예수 역 마이클 리

세계적 거장 팀 라이스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역작…50년 지나도록 인기
유다 역 백형훈 “(작품 속) 유다의 모진 행동들, 예수를 사랑했기 때문”

“(넘버 ‘수퍼스타’에서) 유다와 앙상블이 신나게 춤추고 노래를 하는데 뒤에서 지저스는 죽고 있어요. 기독교인들도 일요일마다 성당과 교회에 가서 예수의 죽음을 찬양하잖아요. 지저스가 죽는 장면은 보기에 괴롭지만 그가 죽음으로써 신자들은 천국에 갈 수 있게 됐죠.” 

 

성경 내용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지저스(예수)’ 역을 맡은 마이클 리의 얘기다. 십자가에 못 박힌 지저스 앞에서 유다가 화려한 옷차림으로 춤 추며 노래하는 ‘수퍼스타’는 공연 종료 후 커튼콜(부름갈채)에도 등장하는 유명 넘버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출연하는 마이클 리(지저스 역)와 백형훈(유다 역). 뉴시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 장면. 블루스테이지 제공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반세기 넘도록 사랑받아온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세계적 뮤지컬 거장 작사가 팀 라이스와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청년 시절 선보인 작품이다. 예수의 생애 중 마지막 7일을 다루는데 주요 등장인물이 운명 앞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한다. 지저스와 그를 사랑하지만 결국 배신하는 제자 유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특히 록 음악과 클래식을 결합한 사운드로 ‘성스루’(sung-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하는)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한국에선 2004년 초연한 뒤 50주년 기념 공연인 2022년에 이어 올해 6번째 시즌을 맞았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이다.

 

28일 강남구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마이클 리와 백형훈(유다 역)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글로벌(세계 각자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져 종교적으로 질문이 많이 생겼어요. 하나님이 진짜 계시다면 왜 이런 사건이 생기는지, 아이들에게 아픔을 주는지 묻는 마음으로 (넘버) ‘겟세마네’를 부르곤 합니다.”(마이클 리)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아파하시는데 유다는 하얀색 옷을 입고 빛납니다. 과연 관객들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 궁금해서 무대에 오르기 전 객석을 한번 둘러봐요. 굉장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어떤 분들은 그 장면을 조롱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힘들 때 신을 찾으며 춤추고 노래하는 일종의 ‘한풀이’가 아닐까 싶어요. 가사를 보면 구원을 받지 못하는 유다가 ‘왜 그런 상처를 받고도 희생을 하셨는지’에 대해 묻는 것입니다.”(백형훈)

 

마이클리는 2000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시몬 역을 맡은 이후 25년간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부터 지저스를 연기한 그는 이번 시즌에서 팀의 맏형이 됐다. “제일 선배가 된 만큼 내 생각이 틀렸으면 어쩌나 우려가 많은데 예수님도 그러시지 않았을까 해요. 아들들이 태어난 뒤 아가페를 처음으로 이해했는데, 유다를 연기하는 배우 중 형훈이가 막내라 첫째 아들을 떠올리며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가장 힘든(지저스를 배신하는) 일을 준다고 생각하며 연기합니다.”

 

성경에서는 유다가 은화 서른 닢에 예수를 팔아넘기는 파렴치한으로 표현되지만, 이 작품에서 지저스와 유다는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다.

 

“유다는 예수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해석했어요. 인생에서 가까운 사람들만 거울처럼 얘기할 수 있잖아요. 찬양하는 다른 제자와는 달리 유다만 예수에게 ‘이건 아니다, 이건 위험할 것 같다’고 말해요. 사랑하니까요. 지저스의 생각에 유다만 ‘내가 시킨대로 (배신을) 할 것’ 같은 거죠. 너무 힘든 일이지만 유다가 배신하지 않으면 하늘을 열 수 없잖아요. 제일 중요한 사람이죠.”(마이클 리)

 

“유다는 죽기 전 마리아의 넘버 ‘어떻게 사랑하나’ 리프라이즈(다시 부르기) 합니다. 지저스에게 한 모진 행동들마저도 마리아처럼 다 사랑해서였구나를 깨달은 거예요. 그래서 그의 죽음이 너무 아픈 거죠.”(백형훈)

 

마이클 리는 박은태와 지저스 역을, 백형훈은 한지상·윤형렬과 유다 역을 번갈아 맡는다. 지저스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는 마리아 역은 김보경·장은아·정유지가 연기한다. 공연은 내년 1월 1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