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여대 출신 며느리 절대 못 받는다고?”…전국 여성단체 집단 반발

67개 여성단체 “동덕여대생 향한 ‘여혐’ 당장 중단하라” 공동성명
지난 20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남녀공학 전환 관련 내용 논의 학생총회에서 참석 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 찬반 투표에서 반대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 여성단체들은 동덕여대생들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를 비판하는 일부 의견에 대해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근거한 혐오 표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67개의 여성단체는 지난 27일 공동성명문을 통해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를 ‘불법’과 ‘손해’의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학생들을 ‘악마화’하는 정치권, 언론, 기업의 성차별적 시선과 태도가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시위를 둘러싸고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여대 출신 채용 배제’, ‘54억 시위 피해’ 등의 말이 정치인과 기업, 언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싼 여러 맥락과 상황을 소거시킨 채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학생을 학교 공동체의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학교의 행태를 승인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덕여대 측을 향해선 “학생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커녕, 여전히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심각한 것은 학교 측이 학생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민주주의 교육공동체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을 부끄러움 없이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지난 2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 남녀공학 전환 반대를 주장하는 래커칠이 돼있다. 연합뉴스

 

이어 “학생 의견 수렴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학교에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와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달 초부터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을 두고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학생들을 향한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며 캠퍼스를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시위를 했다. 동덕여대 측은 지난 15일 이번 시위로 인한 피해액이 최소 24억원에서 최대 5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4호선 타는 서민을 볼모 삼아 뜻을 관철하려는 행위가 비문명인 것처럼 동덕여대 폭력 사태에서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발생했는데 그것을 정당한 시위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며 “그저 비문명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우영 이사장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블라인드 채용 제도라 해도 가능하다면 이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공개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지난 23일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든 안 하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납될 수는 없다”며 “재산상 피해 등에 대해 폭력 사태 주동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