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끊기자 39년 돌본 장애아들 살해한 60대 아버지…재판부도 ‘선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사로부터 치료비 지급이 중단되자 39년간 돌봐온 장애아들을 살해한 부친이 선처받았다.

 

재판부는 그가 장기간 아들을 돌본 점 등을 참작해 실형을 선고했다.

 

29일 대구지법 형사12부 어재원 재판장은 1급 뇌 병변 장애가 있는 아들(사망 당시 만 38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A(63)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24일 대구 남구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사건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던 A씨는 지난해 8월 보험사로부터 더 이상 교통사고 치료비를 받지 못하게 되자 크게 낙담했다.

 

그러던 이날 A씨는 집에서 목욕 중이던 아들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다행히 아내에게 발견돼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부른 이번 사건에 대해 A씨 가족뿐 아니라 관련 장애인 가정 지원 단체 등은 재판부에 선처를 탄원했다.

 

A씨가 지난 시간 장애아들을 힘들게 돌봐온 점 등을 참작해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피해자의 유족이자 가해자의 아내는 법정에서 “이 사람(A씨) 정말로 우리 아이 키우면서 애 많이 먹었다”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재활치료를 계속 맡겨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너무 정말로, 너무너무 힘들게 아이를 키웠다. 저는 아파서 아이를 돌볼 수 없었다. 자기 죽으면 이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불쌍하게 살았던 사람”이라며 눈물로 선처를 탄원했다.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가족과 단체 등의 탄원을 일부 받아 들였다.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가 중증의 장애를 갖고 있고 자신의 삶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더라도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우리 사회와 국가가 최선을 다해 보호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며 “무엇보다 부모로서 자신과 자녀의 처지를 비관해 자녀의 삶을 앗아가는 것은 경위를 불문하고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피해자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를 상대로 한 것으로, 피고인이 그 선택에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신지체 장애로 태어난 아들을 양육하던 중 2014년 뇌출혈로 1급 뇌병변 장애 상태가 되자 시설보호소로 보내는 대신 하던 일을 그만두고 헌신했다”며 “피고인이 2021년 3월 교통사고로 발가락을 절단하고 돌봄이 힘들어지자 아들로부터 여러 차례 같이 죽자는 말을 들었고, 피고인도 이 세상을 떠날 의도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