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에 달하는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에게 6000만원을 빌려준 고교 동창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먹인 후 살해한 40대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용균)는 29일 강도살인 및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사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40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와 함께 생명보험금 서류 위조에 가담한 보험설계사 B씨(40대) 또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20년 1월 필리핀 보라카이에 위치한 숙소에서 고교 후배 C씨(30대)를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피해자와 함께 여행을 간 후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탄 숙취해소제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A씨는 2019년 2월부터 5월까지 생활고를 겪었다. 그러던 중 자신과 중·고교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 온 C씨에게 연 5~8%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뒤 총 2차례에 걸려 6000만원을 빌렸다. 다만 그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C씨에게 변제를 요구받자 친분이 있던 B씨와 공모해 피해자의 사망보험금을 가로채려고 했다. 그는 2019년, 자신을 사망수익자로 하는 C씨 명의의 보험청약서를 위조해 이를 보험사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지난 1월 A씨는 C씨가 숨진 뒤 부산지법에 보험회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 약 6억9000만원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보험살인임이 드러나 끝내 보험금을 취득하진 못했다.
A씨는 허위 공증서를 만들어 C씨 유족 상대로도 민사소송을 걸었다. 그는 국내에 있던 유족에게 오히려 “C씨가 6000만원을 갚지 않았다”고 속였다. 이로 인해 사기미수죄 혐의가 인정됐으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B씨에게는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전부 부인해왔지만, 법원은 피고인들이 받는 혐의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의 재산을 빼앗고, 채권자인 피해자를 살해해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했다”며 “B씨와 공모해 보험청약서를 위조해 행사해 보험금을 받을 수 없음에도 지급 청구 소를 제기하는 등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는 절친한 친구인 줄 알았던 A씨에 의해 생명을 잃었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 피해자의 심정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가족들의 슬픔은 짐작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에 대해선 “피고인이 보험설계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점, 자신의 반성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