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전후 오스트리아 빈을 무대로 자유와 변화를 꿈꿨던 예술가들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처럼 잘 알려진 작가부터 콜로만 모저, 요제프 호프만, 리하르트 게르스틀까지 세기 전환기라는 짧은 시기에 기존 예술의 틀을 깨고 혁신의 중심이 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과 함께 이달 30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을 선보인다고 29일 밝혔다. 레오폴트 미술관이 소장한 회화, 사진, 조각, 공예 등 191점을 모았다. 미술, 음악,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가들이 서로 교류하며 혁신적인 변화를 꾀했던 1900년대 빈의 예술과 문화를 조명한다. 레오폴트미술관은 오스트리아 모더니즘 미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이를 수집한 루돌프 레오폴트(1925-2010)와 엘리자베트 레오폴트(1926-2024)의 소장품 약 5200점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의 실험과 도전이 빈 예술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빈을 어떻게 유럽의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었는지 보여준다. 전시는 프롤로그와 함께 총 5부로 구성됐다.
시작은 구스타프 클림트와 함께 한다. 클림트를 주축으로 한 빈 분리파는 전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표현 활동을 하고자 했다. 이 젊은 예술가들의 사상을 전시회 포스터, 잡지 ‘성스러운 봄’의 표지 디자인, 우표 디자인과 판화 등으로 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그간 클림트를 ‘황금의 화가’로만 알았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이 시대 예술가들의 구심점이 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혁신가 클림트’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빈 분리파는 자국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밖에서 일어나는 예술 운동에도 열려 있었다. 이들이 유럽을 풍미하던 인상주의와 상징주의를 받아들인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빈 디자인 공방도 집중 조명한다. 꽃병, 의자, 테이블 등 공예품 약 60점이 전시된다. 빈 분리파는 일상적인 물건도 예술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고 여겨 다양한 재질의 공예품들을 디자인·제작했다. 초기에는 장식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지만 1900년쯤 영국 예술공예운동의 영향으로 점차 기하학적인 미학을 담는 간결한 디자인으로 변화했다.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화풍으로 큰 사랑을 받는 에곤 실레 작품도 여럿 볼 수 있다. 에곤 실레의 작품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레오폴트 미술관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블타바강 가의 크루마우(작은 마을 IV)’ 등이 소개된다.
실레는 보수적인 아카데미의 교수법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료들과 신예술가그룹을 창단했다. 활동 기간은 짧았지만 이들은 세 번의 전시회에서 강렬한 표현주의적 경향을 선보이며 빈 예술계에 세대 교체를 알렸다.
박물관 측은 “‘빈 1900년’의 진정한 의미는 이들의 노력으로 ‘시대에 맞는 예술’과 ‘예술의 자유’를 찾은 것”이라며 “19세기 말 예술가들의 도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재홍 관장은 “이번 전시로 1900년대 빈과 꿈꾸는 예술가들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