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을 앓는 세 살배기 딸의 치료비 모금을 위한 아빠의 국토대장정이 마무리됐다.
지난 5일 부산에서 출발한 전요셉(33)씨는 29일 오후 2시쯤 최종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이날 도착지에는 딸 사랑(3)양의 희소병 완치와 전 목사를 응원하기 위해 수십여 명의 인파가 모였다. 사랑양은 엄마와 함께 아빠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충북 청주 옥산면에서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목사인 전씨는 신경계 근육 희귀질환인 ‘듀센근이영양증’(DMD·Duchenne Muscular Dystrophy)을 앓는 딸의 치료비 모금을 위해 국토대장정을 결정했다. 전씨는 “칠레에서 사랑이와 똑같은 병을 앓고 있는 한 환우의 엄마가 국토대장정에 나서 치료비 53억원 마련했다는 소식이 모금 운동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고 전했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출발해 경남 양산, 울산, 대구, 경북 김천, 충북 영동, 대전을 거쳐 지난 20일 고향 청주에 도착했다. 청주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충남 천안, 경기 오산·성남을 거쳐 이날 서울에 도착했다.
전씨는 예배가 있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22일 동안 하루 평균 40㎞씩, 총 880㎞가량을 걸었다. 중간지점에 도착할 때마다 번화가를 돌며 딸의 후원 챌린지를 홍보하고, 지역 교회에 딸의 사연이 담긴 편지를 전달했다.
전씨는 “돈을 쥐여주며 굶지 말라고 애정 어린 걱정을 해준 과수원 할아버지, 운전을 하다 멈춰서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전해준 아이 어머니 등 고마운 분들이 셀 수 없다”며 “그분들 덕에 여정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까지 모인 후원금은 13억7000만원으로, 만원으로 따지면 13만명이 후원에 나선 셈이다. 국토대장정은 끝났지만 목표액 46억원 달성을 위해 모금은 계속될 예정이다. 전씨는 지금까지 모인 후원금과 자료 일체를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맡기기로 했다. 후원금은 사랑양의 치료에 쓸 수 있게 전념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충북모금회는 전씨 가족을 위해 1년간 특별 모금을 진행한다.
사랑양 사연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일반 시민에 이어 공직 사회도 후원에 동참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앞서 지난 22일 피켓을 들고 챌린지에 참여했다. 충북도 공무원노조도 전 직원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
1년 전 근육병 진단을 받았던 사랑양은 추가 검사를 통해 지난 5월 듀센근이영양증 확정 진단을 받았다.
듀센근이영양증은 근육이 점점 퇴화해 10세 전후로 보행 능력을 잃고, 20대에 호흡기 근육 장애로 자가호흡이 힘들어진다. 대부분 30대에 이르러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병이다. 주로 남성에게 발병하지만 5000만명 중의 1명꼴로 여아에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DMD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이 없어 국내 환자 대부분은 스테로이드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치료비가 330만 달러(한화 약 46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