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 “EU·파리 기후협약 탈퇴하고 마르크 부활해야”

2025년 2월 총선거 앞두고 공약집 펴내
낙태 규제 강화, 독·러 관계 개선 주장도

2025년 2월 하원의원 조기 총선거를 앞두고 독일 극우파에서 유럽연합(EU)과 유로존, 그리고 파리 기후협약 탈퇴 같은 극단적 공약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6월 독일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투표 종료 후 개표에서 AfD가 선전한 것으로 나타나자 베를린 AfD 당사에 모인 당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는 최근 85쪽 분량의 총선 공약집을 내놓았다. 독일은 원래 2025년 9월 총선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최근 사회민주당(SPD), 녹색당, 자유민주당(FDP) 3당 연립정부가 붕괴하면서 7개월가량 앞당겨 2월에 실시하기로 했다.

 

AfD는 공약집에서 “독일이 EU에서 탈퇴한 뒤 새로운 형태의 유럽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 정책을 따라하자는 것이다. 성사되면 독일판 브렉시트를 뜻하는 ‘덱시트’(Dexit: Deutschland와 Exit의 합성어)가 이뤄지게 된다.

 

EU 탈퇴는 유로화(貨)를 공동 화폐로 사용하는 유로존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다. 과거 세계적으로 강력했던 통화인 옛 독일의 마라크화로 돌아가자는 얘기다. AfD는 유로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다른 국가들을 돕기 위한 구제 금융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으며 결과적으로 독일 경제는 허약해졌다는 주장을 펼쳤다.

 

2016년 11월 발효한 파리 기후협약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공통된 노력이 핵심 내용이다. 협약 당사국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이 연간 2℃보다 낮은 수준, 가능한 1.5℃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AfD 등 극우 세력은 이를 독일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여긴다.

 

최근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취임하면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은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거리의 한 대형 쓰레기통에 “AfD는 제발 여기에 버려주세요”라는 낙서가 적혀 있다. AFP연합뉴스

이밖에도 AfD의 공약집에는 낙태 처벌 강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중단,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재가도 등이 포함됐다. 독일 형법에는 낙태죄가 규정돼 있으나 여성이 그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AfD는 법률과 제도 정비를 통해 낙태를 더욱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와 러시아 관계에 대한 AfD의 공약은 이 정당의 친(親)러시아 성향을 잘 보여준다. AfD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그 두 나라 간의 일이므로 독일 등 국제사회의 개입은 옳지 않다는 시각이 뚜렷하다. 자연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의 무기 지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재개함으로써 독일 가구의 에너지 비용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르트스트림은 현재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AfD는 현재 총 733석의 연방의회 하원에서 83석을 보유한 군소정당이다. 하지만 점점 확산하는 유럽의 우경화 흐름을 타고 지지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2025년 총선에선 의석 수를 지금보다 훨씬 더 불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