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4-12-01 09:52:42
기사수정 2024-12-01 09:52:42
통장·체크카드 가져가 장애인수급비 등 1천만원대 인출도
"내가 데려와 돌본 것" 주장…법원 "뉘우치는 태도 없어" 징역 4년
중증 지적장애인을 데려다 약 3년 동안 하루 14시간씩 일을 시키고 1억원에 가까운 임금을 착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식당 사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경선 판사는 지난달 21일 준사기,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60)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중식당 사장인 조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중증 지적장애인 A(52)씨에게 하루 약 14시간씩 주 6일 동안 식당 청소와 포장 등 일을 시킨 뒤 9천여만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8년부터 조씨의 친동생이 운영하던 또 다른 중식당에서 일하다 그해 12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뇌 손상으로 사회연령 8∼9세 수준의 중증 지적 장애를 갖게 됐다.
조씨는 2020년 동생이 사망하자 이듬해 A씨를 자신의 식당에 데려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월세 30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식당 지하공간에서 생활하며 임금 명목으로는 월 20만원 정도만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는 또 식당 손님들의 음식값을 A씨 계좌로 이체받아 해당 부분 수입에 대한 세금 신고를 하지 않고(금융실명법 위반), A씨의 체크카드와 통장을 가져다가 현금 1천541만원을 인출하고 자신의 계좌로 122만원을 이체(절도, 컴퓨터등사용사기)한 혐의도 있다.
조씨가 A씨 계좌에서 인출한 돈에는 A씨에게 지급된 기초수급비와 장애인수급비도 포함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가혹한 대우를 받으며 생활하다가 이를 목격한 사람의 신고로 비로소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
조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임금에서 세 끼 식사 시간 3시간은 공제돼야 한다", "인출한 돈으로 A씨의 숙소 물품을 구입하고 병원비를 대납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아침 식사 준비부터 먹는 것까지 약 30∼40분 안에 끝냈고, 점심 식사는 약 20분 동안 하고 식사 직후 곧바로 다시 일을 했으며, 저녁 식사는 영업이 끝난 이후에 먹었다고 진술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자신에게 기초수급비 등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나 피고인이 피해자 명의 계좌에서 돈을 빼서 쓴다는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 명의 계좌의 돈을 피해자를 위해 사용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피고인은 수시로 피해자에게 욕설하고 때리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식당에서 장시간 동안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조차 표현하지 못하고 일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어 동일한 액수의 임금을 받을 수 없고, 자신이 피해자를 데려와서 돌보았다는 등의 진술을 하면서 자기 행동에 대해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27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