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미국장 투자 개미만 웃었다 [마이머니]

올해 개인투자자 상장지수펀드 수익 분석

美 S&P500·다우 연계 상품 수익률 ‘쑥’
코스닥·코스피 반등 ‘베팅’ -36% -19%
트럼프 당선 여파 美 국채도 ‘마이너스’

올해 ETF 수익률 톱 종목 ‘美 빅테크’
에이스·한화자산운용 119% 110% 달성
전기차 수요 둔화 이차전지 최저 수익

개인투자자는 올 한 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미국·국내 레버리지·채권 상품 투자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이들은 양호한 성적표를 거뒀지만, 국내 레버리지 상품은 주식시장 침체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저평가 현상) 극복을 내걸었던 올해 증시가 연말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금리 인하를 노린 채권 투자자 역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으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개인, 미국·금리·레버리지 ETF 집중했다

 

1일 한국거래소의 올해 ‘국내 ETF 개인투자자 순매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2일∼11월28일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5개가 미국의 주요 지수에 투자한 상품이었다.

 

가장 많은 순매수를 기록한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TIGER)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으로, 대금은 1조5417억원에 달했다. 이 ETF는 미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미 증시가 연초 후 우상향하면서 34.9%의 이익을 거뒀다.

 

‘타이거 미국 배당 다우존스’ ETF와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미국 S&P500 토탈리턴(TR)’ ETF는 순매수 3, 7위에 각각 올랐다. 각각 9575억원, 6192억원의 대금이 몰렸는데, 수익률도 24.2%와 37.2%를 기록했다. 5600억원을 순매수한 8위 ‘타이거 미국 나스닥100’ ETF는 32.3%의 수익을 냈다. 10위는 ‘타이거 미국 나스닥100 타겟 데일리 커버드콜’ ETF로 지난 6월 상장한 탓에 수익률은 -0.7%에 그쳤다.

 

고금리를 노린 투자도 많이 이뤄졌다. 개인은 올해 ‘코덱스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액티브(합성)’ ETF를 1조259억원 순매수했다. 두 번째로 큰 순매수 규모다. 이 상품은 지난해에도 개인 순매수 자금 2837억원이 몰리며 인기를 끌었는데, 안정적인 금리 수익이 매력이다. 은행권 CD 91일물의 하루치 금리 수준을 일할로 계산해 매일 복리로 적용하는 만큼 고금리 시대 파킹용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올해 수익률은 3.2%를 기록했다.

 

금리 인하 수혜를 노린 채권 투자도 활발했다. 개인은 올해 ‘타이거 미국 30년 국채 커버드콜 액티브’ ETF를 6787억원어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에이스(ACE) 미국 30년 국채 액티브(H)’ ETF를 4174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 인하에 따라 상승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당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국채 가격이 상승하면서 금리 인하 효과가 상쇄됐다. 이에 따라 두 상품의 수익률은 모두 -10%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의 반등을 노리고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에 나선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개인은 올해 들어 ‘코덱스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와 ‘코덱스 레버리지’ ETF를 각각 9355억원, 649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들 상품은 각각 코스닥150 지수와 코스피200 지수를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국내 증시가 반등하지 못하면서 수익률은 각각 -36.2%와 -19.3%를 기록했다.

 

◆올해 ETF 수익률 1위는?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ETF 상품은 무엇일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2일∼11월28일 기준 수익률 상위 종목은 미국 빅테크 관련 ETF에 집중됐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에 올해도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급등세를 이어간 데 따른 결과다.

 

수익률 1, 2위는 나란히 ‘에이스 미국 빅테크 TOP7 플러스 레버리지(합성)’와 한화자산운용의 ‘플러스(PLUS) 미국 테크 TOP10 레버리지(합성)’가 차지했다. 두 상품은 연초 대비 각각 119.1%, 110.3%의 이익을 거뒀다. 에이스 미 빅테크 톱7 플러스 레버리지(합성) ETF는 미국 나스닥에서 ‘매그니피센트 7’(M7)로 불리는 빅테크 상위 7개 종목을 2배로 추종한다. 플러스 미국 테크 톱10 레버리지(합성)는 NH투자증권이 미 나스닥 상장 종목 중 기술지향 상위 10개 종목을 추려 구성한 ‘아이셀렉트(iSelect) 미국 테크10 지수’를 2배 추종한다.

 

수익률 3위는 이른바 서학 개미가 가장 많이 투자한 미 주식 25종목을 선정한 ‘코덱스 미국 서학 개미’ ETF로 70%의 수익을 냈다. 4위와 5위는 타임포트폴리오운용의 ‘타임포트폴리오(TIMEFOLIO) 글로벌 AI 인공지능 액티브’ ETF(68.6%), ‘타임포트폴리오 미국 나스닥100 액티브’ ETF(67.8%)였다.

 

반면 가장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한 ETF는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었다. 전기자동차 수요 둔화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축소 우려에 이들 종목은 올해도 약세를 이어갔다. ‘코덱스 이차전지 산업 레버리지’ ETF는 -68.2% 수익률을 기록했고, ‘타이거 이차전지 톱10 레버리지’ ETF는 -66.3%를 냈다.

 

자산운용업계는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관련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을 담은 ETF에 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운용은 미 빅테크 구성 종목과 빅테크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인도 대표 기업을 담은 ETF, 방산·항공우주·에너지 관련 ETF, 전력 인프라 ETF 등을 수혜 종목으로 꼽았다. 김도형 ETF 컨설팅 본부장은 “미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함에 따라 트럼프 2기의 정책 추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