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재취업 어려움 겪는 여성, 적성 발굴·직장 적응 지원” [심층기획-세상 환히 밝히는 기부·나눔]

업무 성향 파악·대인 관계 향상 중점
“인프라 갈수록 열악… 시보조금 확충을”

“양성평등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곤 하지만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여전하다.”

박은주(사진)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센터) 관장은 16년간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 관장의 말처럼 여성의 사회 진출은 늘어났지만 지금도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 비율이 낮다고 보기는 힘들다. 통계청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기준 경력단절 여성의 수는 121만5000명이다. 전년 대비 13만3000명 감소했지만, 여전히 15~54세 기혼여성 765만4000명의 15.9%를 차지한다.



박 관장은 구직 중인 경력단절 여성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도록 돕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관장은 2008년 서울 노원구 북부여성발전센터에서 교육상담 문의를 돕는 상담 업무를 하며 40~60대 일용직 가사도우미 여성을 각 가정에 파견하는 일을 했다. 통상 가사도우미 직종에 취업한다고 하면 경제적 취약계층일 것이라는 편견이 많지만, 실제는 달랐다. 한 여성은 열심히 일해서 자가도 소유하고 있지만 청소하는 일에 만족을 느끼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가사도우미직을 택했다.

박 관장은 “청소 일은 적성에 맞아도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 업무는 못하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기획 업무는 잘할 수 있지만 숫자를 다루는 회계 일은 아무리 많은 급여를 준다고 해도 못한다는 분이 계신다”며 “여성들이 자신의 적성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일단 경력이 한번 단절돼 다시 취업하고 조직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돕는 것도 센터의 일이다. 박 관장은 “재취업할 때 다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굉장히 막막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직장 안에서는 대인관계도 중요한데 경력이 단절돼 있는 동안 조직적응력이 약화돼 어렵게 취업했다가 재이탈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센터는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등 채용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물론 연간 240명을 대상으로 대인관계나 조직적응력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센터의 고민은 구직 중인 여성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시 보조금 등 예산 확보다. 센터는 서울시의 민간 위탁을 받아 여성들의 인력을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시 보조금만으로는 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7명의 인건비도 감당하기 벅차다. 이에 센터는 자구책으로 외부 사업에 공모해 인건비와 교육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

박 관장은 “교육 인프라가 노후한 상황이고,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면 있는 인력이 떠나며 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서울시 여성을 위한 공공 취·창업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시보조금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기획: 세계일보·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