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처럼 아름다운 책 만들고 싶어”

이해인 수녀 ‘가을편지 콘서트’
수도생활 60년·팔순 기념 개최
“시인으로도 큰사랑 받아 감사”

“결혼해서 한 사람의 애인이 되는 것도 좋지만 용감하게 모든 사람의 애인이 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해인(79) 수녀가 30일 수도생활 60주년 겸 팔순을 기념해 서울 영등포구 소재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이해인 수녀 가을편지 콘서트’에서 수도자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해인 수녀가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이해인 수녀 가을편지 콘서트’에서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가곡방송 제공

1945년 강원 양구에서 태어난 그는 1964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하면서 수도자로서의 삶을 시작했고 1976년 종신서원했다. 같은 해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출간한 것을 시작으로 시인으로서 널리 이름을 알렸다.



한국가곡방송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바리톤 송기창·김성길, 소프라노 강혜정은 이해인 수녀가 쓴 연작시 18편에 박경규 작곡가가 멜로디를 입힌 연가곡집 수록곡 18곡을 피아니스트 이성하의 반주와 함께 들려줬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이해인 수녀는 부산 가톨릭대에서 강의하던 시절을 회고했다. 당시 학생들에게 ‘수녀’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쓰라고 했더니 고통, 절제, 인내와 같은 단어를 꼽았다면서 “수녀도 명랑하고 즐거울 수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숨겨진 매력을 보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만 잘 먹고 잘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인류를 위해 기도하는 아름다운 삶이다. 수도생활의 아름다움은 해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수녀인 동시에 시인으로서 활동한 것에 대해 그는 “한 가지를 하기도 어려운데 두 가지를 다 하고 사랑받아서 죽을 때까지 감사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해인 수녀는 또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은 뒤 훨씬 더 명랑해졌고 고통도 잘 이용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고통이 아니라 선물이었다고 감히 말한다”고 한없이 긍정적인 마음을 드러냈다.

이해인 수녀가 꼽은 자신의 보물은 독자들의 편지였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국내외 독자의 편지를 정말 많이 받았다. 모아놓은 편지를 보면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지 모른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좋지만,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자”고 당부했다. 편지 박물관을 짓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시집, 산문집, 그림책, 번역서, 논문집 등 50종이 넘는 저서가 있지만 그는 앞으로도 여러 가지 글을 더 쓰고 싶어한다. “‘어린 왕자’처럼 아름다운, 동화 같은 책을 만들고 싶어요. 1년이 52주이니까 52개의 성서 구절을 뽑아서 기도를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