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수갑 채워주세요” 모자 벗은 30대男…숨긴 가방 뒤져보니

“택배 훔치러 온 절도범” 순순히 자백
지나친 협조 의심한 경찰에 마약 들통
지난달 21일 오후 광주 남구의 한 원룸가에서 절도 범행으로 체포된 남성의 가방에서 발견된 마약. 광주경찰청 제공

 

광주의 한 원룸가에서 순순히 절도 범행을 시인했던 30대 남성이 마약 전달책으로 드러났다.

 

2일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최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8시50분쯤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동 한 원룸에서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판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모르는 사람이 원룸에 침입했다”는 신고를 받고 A씨를 야간 주거 침입 절도 미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체포 직후 경찰의 신원 조회 요구에 적극 협조하며 “나는 택배나 가전을 훔치러 온 절도범”이라고 자백했다. 모자를 눌러썼던 그는 경찰에게 얼굴을 보여준 뒤 “어서 수갑을 채워달라”며 손목을 내밀기도 했다.

 

범행을 너무 쉽게 시인하는 태도에 수상함을 느낀 경찰은 주변을 수색하던 중 길모퉁이에 버려진 검은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 속엔 2개의 휴대전화와 생수병이 들어있었고, 그 아래 검은색 절연 테이프로 감싼 약 2㎝ 크기의 필로폰 129개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A씨는 경찰 추궁 끝에 던지기 수법 목적 마약임을 자백했고, 경찰들은 A씨의 주거지를 수색해 실내에 보관 중이던 551g 마약을 추가로 압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에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마약을 구하거나 유통하게 된 경위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이같이 던지기 등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경로도 정교해짐에 따라 마약류 관련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마약류(대마·마약·향정) 사범은 1만1058명으로, 전년 동기(1만172명)보다 8.7% 늘었다. 마약 공급사범도 늘었는데, 지난해 공급사범은 9145명으로 전년(4890명) 대비 87% 급증했다.

 

검찰은 증가하는 마약 범죄를 엄단하기 위해 특별수사본부와 특별수사팀을 중심으로 집중단속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다크웹·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대한 전문 수사팀인 ‘다크웹 수사팀’도 운용해 유통 범죄를 철저히 단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