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의 한 마을은 10~20년 전만 해도 오래된 주택과 작은 가게들로 이루어진 조용한 동네였다. 이곳은 주로 중·저소득층 가정과 예술가, 자영업자들이 거주하며 지역 고유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도시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마을 인근에 지하철역이 개통됐다. 이로 인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부 젊은 직장인들이 낮은 임대료와 특유의 분위기를 이유로 이사왔다. 이 마을의 변화는 미디어와 SNS에서도 화제가 되었고, 관광객과 신규 거주자들이 유입되었다. 그러자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 레스토랑, 의류 매장이 입점했다.
하지만 새로운 개발과 함께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했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장을 옮기거나 문을 닫게 되었다. 오랜 거주민들도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이로 인해 지역 고유의 공동체와 문화는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현재 이 마을은 고급화된 상권과 높은 임대료로 인해 주로 중상류층이 거주하는 지역이 되었다. 과거의 문화적 다양성과 지역 고유의 매력은 많이 퇴색됐다.
최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 계속 오르는 임대료와 인건비가 자영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여파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주목받았던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충남 예산시장이다.
이곳은 2019년 공실률이 60%에 달할 정도로 침체되어 있었지만,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으로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백종원 매직’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예산시장은 이제 연간 350만 명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커피숍과 음식점을 포함해 80개 이상의 점포가 성업 중이다.
다만 임대료와 매매가가 급등하는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임대료 상승 폭이 심각하다. 예산시장에서 월세 10만 원을 받던 가게가 최근 200만 원까지 치솟았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이었던 점포가 현재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200만 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매매 가격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과거 3000만~4000만원 선이었던 상점 매매 가격이 현재는 3억~4억원에 이르는 수준으로 10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임대료 상승은 기존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새로운 입점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초기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던 상권이 오히려 고비용 구조로 변질되며 상생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백 대표는 임대료 문제에 대해 강하게 우려를 표했다. 지역 상권의 활성화는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경제와 소상공인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는 "예산시장이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으로 퇴보하지 않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단순히 임대료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예산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았던 본래의 취지를 잊지 않고, 상생과 균형을 위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오후 충남 공주에서 열린 국정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에서 지역상권 활성화에 대해 백 대표가 예산시장을 바꿔 놓은 것을 언급하며 "이런 일을 담당할 민간 상권 기획자를 앞으로 1000명 육성하고, 2027년까지 지역상권발전기금과 펀드를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