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 교실 공동화 대책 제안 2023년 12월 평균 등교율 57% 그쳐 “2학기 내신·출결도 대입 반영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고3 학생들의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이 매해 반복되면서 대입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입 수시 전형에서 내신 성적과 출결 상황이 고3 1학기까지만 반영되는 맹점 등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2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고3 2학기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 교육감은 “대입 수시·정시모집의 논술, 면접, 실기 준비 등으로 조퇴 및 결석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수능 이후에는 학생 개인별 계획에 따른 교외체험학습 신청자가 급증해 교실 공동화 현상으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정 교육감은 고3 2학기 교육과정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2학기 출결, 내신 성적 등을 대입에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또 수시·정시의 모집 시기를 통합한 대입 전형을 2학기 후반부에 시행하자고 했다. 11월에 치러지는 수능을 12월로 옮기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 교육감의 주장은 ‘대입 4년 예고제’ 등을 고려하면 근시일 내 시행되긴 힘들다. 현재 고등교육법은 수험생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입 제도에 대해선 4년 예고제를 적용하고 있다. 입학 연도의 4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기 전까지 공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중3부터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이 지난해 12월 발표됐다.
다만 수능 이후 고3 교실에 학생이 없는 이른바 ‘교실 공동화 현상’이 만연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실에 제출한 고3 출결 현황에 따르면 서울 내 110개 일반고의 지난해 12월 평균 등교율은 57.3%에 불과했다. 개학 초인 3월 96.9%에서 수능 직전인 10월에 88.9%까지 유지되던 등교율이 12월에는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가장 낮은 등교율을 기록한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관할의 한 고등학교는 지난해 12월 기준 등교율이 8.7%에 그쳤다.
등교율이 낮다 보니 단축수업을 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교육과정 총론에는 ‘학교 실정 등을 고려해 단축수업을 탄력적으로 편성·운영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 학교 측이 이를 이용한 것이다.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를 보면 “10시에 등교해 12시에 밥 먹고 하교한다”는 고3 학부모들의 증언이 잇따른다. 수능 뒤 단축수업이 이례적이지 않은 탓에 “단축수업을 전혀 하지 않고 오후 5시까지 시간만 버리는데 이런 학교가 또 있냐”고 토로하는 고3 수험생들도 있는 실정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고3 2학기 교실은 사실상 독서실처럼 운영된다”며 “빈 교실을 대입을 앞둔 시기 전통적 풍경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공교육이 빈 교육이 돼가는 징후로 인식하고 근본적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