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 거야 예산안 독주 제동… “10일까지 합의” 촉구

중재 불발에 본회의 상정 보류

양측 대치로 원내대표 회동 무산
禹 “정부, 태도 변화와 자성 필요”
최상목 부총리, 禹 찾아 중재 당부

與 “野, 예산안 사과·철회가 먼저”
野 “나라살림 비정상… 적반하장”
쟁점 법안 표결 앞둬 강대강 우려

야당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정사 초유의 ‘감액 예산안’ 상정을 시도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동을 걸면서 결국 불발됐다. 우 의장은 여야에 오는 10일까지 예산안을 합의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여야 샅바싸움이 계속돼 우 의장이 제시한 기한 내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장 야당은 “정부·여당이 특수활동비 사수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데 협상 기한을 더 준다고 뭐가 달라질까 의문”이라며 우 의장 결정에 유감을 표했고, 정부·여당은 “야당이 우선 사과하고 예산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어떤 협상도 임할 수 없다”는 뜻을 재차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禹, 민주 원내지도부와 면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동하고 있다. 이날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무산됐다. 왼쪽부터 박 원내대표, 우 의장, 박 원내수석부대표. 남제현 선임기자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 약 2시간 전 기자회견을 열고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여야 정당에 엄중히 요청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2일)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정부를 향해서도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얼마나 존중하고 충실히 뒷받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자성과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 측에 전날 만찬을, 이날 오전엔 회동을 제안하면서 여야 예산갈등의 중재를 시도해온 터였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져야 한다며 거절해 만찬·회동이 잇따라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우 의장은 기자회견 전까지 국민의힘과 민주당 측과 따로 면담을 진행해 의견을 나눴다.



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 후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예산안을 금일 상정하지 않고 미루겠다고 얘기했는데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필요하고 적극 협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부처 장관들 합동브리핑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뒷줄 오른쪽) 등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입장 합동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다만 최 부총리는 “일단 야당이 단독으로 (예결위를) 통과한 감액 예산안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게 여야가 합의에 나설 수 있도록 의장께서 큰 리더십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사실상 이번 난맥상을 풀어나가기 위해선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철회가 우선돼야 한단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야당 주도로 예결위를 통과한 예산안은 정부안(677조4000억원)에서 검찰·대통령실 특활비 등 4조1000억원 감액을 반영한 것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또한 우 의장의 예산안 협상 요구에 대해 민주당의 예산안 철회·사과 없이는 협상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 의장이 협상 시한을 10일로 새로 제안한 데 대해서도 “날짜는 관계없다. 민주당의 사과와 예산안 철회가 우선이다. 그게 아니라면 10일이 아니라 20일이라도 어떤 협상도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우 의장이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정부와 국민의힘이 민생예산 증액엔 관심이 없고 특활비 사수에만 관심을 쏟는데 협상 기한을 더 준다고 뭐가 달라질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액 예산안 상정에 대해서도 “우리 국회가 감액 권한만 있고 증액 권한은 없는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나라살림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국회 권한으로 내린 특단의 조치”라 “정부여당이 감액 예산안을 반대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 항변했다.

여야 입장 차가 좁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감사원장·검사 탄핵 표결(4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10일) 등 민감한 일정이 줄줄이인 탓에 현재로서는 예산갈등의 출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