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반대에… ‘부산 플라스틱 협약’ 마련 결국 무산

사우디·러시아 등 생산 규제 거부
‘빈손’ 폐막… 2025년 추가 협상키로
환경단체 “韓, 협약 소극적” 비판

국제적인 플라스틱 협약 마련을 위해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국가 간 이견으로 협약 마련에 실패하고 2일 새벽 폐회했다. 당초 70장에 달한 협약 문안이 20여장으로 축소되는 등 일부 협의 성과가 있었지만 플라스틱 원료물질에 대한 생산규제 등 핵심 사안에 있어선 산유국과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으며 발표로 이어지진 못했다.

2일 정부에 따르면 플라스틱 오염 방지 국제협약 마련을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시작된 INC-5가 이날 오전 3시 폐막했다. 기한(1일)을 넘기면서까지 협상이 이어졌지만 각국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진 못했다. 국제사회는 2022년 5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고, 이번 부산 회의가 마지막 논의 자리였다.

11월 29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협상회의 참관인으로 참여 중인 시민단체 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각국 대표단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중국이 전향적 입장을 보였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거부했다. 178개국 가운데 100여개 국가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요구했지만, 산유국 반대로 협약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국들은 부산 논의 내용을 기반으로 2025년 추가 회의(INC-5.2)를 열기로 했다.



정부는 “향후 이어질 추가 협상회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통해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오염 종식 노력이 진전될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 발표에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협약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한국은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 연합(HAC) 소속 국가이자 협상회의 개최국이었지만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위한 적극 행보를 일체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강력한 협약을 기대한 세계 시민을 실망시킨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