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마음을 바꿔 일회용품 사용으로 적발된 ‘억울한’ 카페·식당이 구제될 전망이다. 손님이 음료나 음식을 외부로 가져가는 ‘테이크아웃(takeout)’을 하겠다며 일회용 용기에 받아놓고서 마음을 바꿔 매장에서 먹는 경우에 점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이 마련된다.
정부는 2일 충남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규정 신설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소상공인 생업 피해 구제 강화 차원에서 마련됐다.
환경부는 조만간 1회용품 사용규제 관련 업무처리 지침을 개정해 식품접객업소나 집단급식소에서 ‘매장 외 사용을 조건으로 제공한 일회용품을 고객 변심으로 매장에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현재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품은 플라스틱 컵·빨대·젓는 막대, 접시, 수저·포크·나이프 등이다. 자원재활용법상 일회용품 규제를 어기고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에게 일회용품을 제공한 사업주에게는 최대 300만원(식품접객업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지침 개정을 놓고 정부가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단속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이 마음을 바꿔 매장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경우엔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면 규제 자체가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 고객이 매장에 머물 생각이었지만 편의를 위해 일회용품을 달라고 요구했을 경우 점주가 이를 제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식사 시간이 짧아 매장 이용 시간이 길지 않은 직장인들이 일회용 컵과 식기에 음료와 음식을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계획이 철회되는 등 일회용품 감축 정책 후퇴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환경부는 현재도 자치단체장 판단에 따라 과태료를 매기지 않을 수 있어 고객 변심으로 매장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한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지자체가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 167건(67개 지자체) 중 음료를 테이크아웃해서 가져가려던 고객이 마음을 바꿔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한 사례는 없었다.
환경부는 주문용 기기인 키오스크나 포스기에 테이크아웃 주문을 했는지, 매장을 이용하겠다고 했는지 기록이 남아 변심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주문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