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이하, 연봉 4000만원 이하, 탈모男 결혼정보업체 가입 X”…논란의 KBS 예능 결국

‘키 167㎝ 이하, 연봉 4000만원 이하, 탈모男’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비만과 탈모 남성을 희화화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 예능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2023년 7월2일자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갈무리.

방심위는 2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관계자 의견진술을 들은 뒤 이같이 결정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지난해 7월 2일 방송분은 결혼정보회사 대표가 직원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남성 회원의 신규 가입 조건을 소개하면서 특정 코미디언과 탈모 질환을 앓는 남성들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구체적으로 살이 찐 사람을 향해 “북쪽 위원장 닮은 꼴”, 탈모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머리 밑이 너무 훤해”라고 조롱하듯이 이야기했다. 또 “키 167cm 이하 불가”, “연봉 4000만원 이하는 가입 불가” 등의 발언과 자막이 노출됐다.

 

심의위원들은 제작진이 시청자들이 느낄 반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정수 위원은 “이전에 어떤 여성 출연자가 ‘170cm 이하의 남성은 루저다’ 식의 발언을 해서 논란이 크게 됐다”며 “학력, 연봉, 탈모 등은 굉장히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좀 더 세심하게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류희림 위원장도 “심의 규정에도 학력, 신체 차이, 재력 등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명시돼있는데 편견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자문특위에서도 6명은 심의규정 위반, 3명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이에 방심위원 전원 의견 일치로 주의가 결정됐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다.

 

방심위는 또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조사 기관 및 조사 일시, 전체 질문지 등 필수 고지사항을 누락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들에 대해 잇따라 법정 제재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지난해 7월 해당 항목들의 고지에 신경 써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후에도 같은 누락이 반복된 MBC 표준FM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 ‘주의’를 의결했다.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중 문제가 된 화면. MBC 캡처

한편, 방심위는 최근 수어 희화화 논란이 제기된 MBC TV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 대해 신속심의하기로 했다.

 

해당 드라마는 지난달 22일 1화에서 수어 통역사인 여주인공이 산사태 뉴스를 전달하던 중 ‘산’(山) 수어가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사고가 벌어졌는데, 극 중 앵커가 이를 손가락 욕으로 묘사하며 웃어 보이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를 두고 농인들과 수어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제작진은 지난달 29일 시청자 게시판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