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성형을 했다더라, 필사적으로 젊어지려 한다. 데미 무어에게는 이런 소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젊음에 기괴하게 집착하는 배우로 오해받는 그가 아예 정면돌파를 했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서브스턴스’(사진)에서 실험적인 약으로 젊음을 되찾는 여배우를 연기했다.
무어가 맡은 역할은 한물간 배우 엘리자베스 스파클이다. 엘리자베스는 오스카상까지 받았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쇼나 진행하는 신세다. 50살 문턱을 넘어서자 이 자리마저 뺏긴다. 상심한 엘리자베스는 우연히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제안받는다. 약을 복용하면 7일은 본래 나이로, 7일은 젊음과 미모를 되찾은 채 살 수 있다. 완벽한 미모의 ‘수’가 된 엘리자베스는 어디서나 환영받는 새 세상을 경험한다.
대략의 내용으로도 알 수 있듯, 무어는 존재만으로 영화의 흥미를 증폭시킨다. 미의 화신이던 그는 주름진 얼굴, 여전히 아름답지만 탄력이 줄어든 전신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드러낸다. 여배우의 노화를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대중 앞에 자신을 전시한 모습이 당당하다.
무어의 연기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수렁에 빠지듯 파멸로 향하는 인물을 고통스럽게 보여준다. 되찾은 젊음이 달콤할수록 외모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강박은 심해진다.
영화는 현대 사회의 젊음과 미에 대한 집착을 잔혹동화처럼 풍자하고 비튼다. ‘수’가 스타로 등극하는 에어로빅 쇼는 운동보다 포르노에 가깝다. 젊어진 수가 누리는 행복이란 것도 피상적이고 헛헛하다. 초근접 촬영을 활용한 과장된 장면들, 파랑과 분홍, 빨강, 노랑 등 색의 향연은 감각을 극대화한다.
갈등과 모순을 쌓아가던 영화는 마지막에 분노를 폭발시킨다. 현대 미술의 퍼포먼스 같은 마지막은 놀라움과 통쾌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 작품은 획일적 미의 기준과 젊음에 대한 강박을 조소하고 절규한다. 생물체의 필연인 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외모 집착을 어찌 내려놓을지 얘기해주진 않는다. 흥미롭고 시원하지만 영화가 끝나도 물음표를 떨치긴 힘들다. 우리가 진핵생물의 외피를 벗을 마지막 날까지 외모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