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尹대통령, 2년 반 ‘검사정치’ 해와… 이제는 이재명 대표와 타협해야” [세상을 보는 창]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尹, 소통·대화·협치 없으니 지지율 내리막
국회 권력 장악 野와 대화… 정치 복원해야
金여사 있는 듯 없는 듯 처신하는 게 최선

정치인 퇴출은 법원 아니라 국민 몫인데
李대표 사법리스크에 목매는 與 참 딱해
주변에 명씨와 친한 이 있지만 나와 무관

한동훈은 文정부 때 적폐수사 주도 인물
우리 사람 수백명 구속… 절대 함께 못 해
국민은 차기 대선서 경륜있는 사람 찾을것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8선(국회의원 5선· 광역자차단체장 3선)의 관록을 자랑한다. 여야를 통틀어 이만한 경력을 가진 현역 정치인이 없다.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정세 분석은 예리하고 정곡을 찌른다. 그를 직접 만나 보기 위해 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복원’을 당부했다. 집권 후 2년6개월 동안 정적(政敵)을 두드려 잡기 위한 ‘검사정치’만 있었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권양숙 여사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처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서는 “그 친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한 거부감을 수차례 드러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관계도 해명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인물”이라면서도 “내 밑의 애들 중에는 명씨와 친한 애들이 좀 있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정치인 퇴출은 법원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홍 시장은 “다음 대선에서는 (국민이) 경륜 있고 노련한 사람을 찾을 것”이라고 차기 대권 도전 의지도 내비쳤다.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대구시청 산격동 청사에서 진행됐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지난달 28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정치라는 게 없었고 소통·대화·협치도 없었다”며 “현실적으로 국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야당과 대화를 안 하고 나라를 끌고 갈 수 있겠냐”고 말했다. 대구=최상수 기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는데.

“정치인 퇴출은 법원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목을 매는 우리 당 사람들을 참 딱하게 생각한다. 일종의 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자기들이 정정당당하게 이길 생각은 하지 않고 사법부 판사의 칼을 빌려 상대를 제거하려고 한다. 정치인을 단죄하는 것은 국민의 손으로 하는 것이다.”



―최근 이 대표 사건 판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선거법 판결을 내린 판사는 사법적으로만 판단했다. 이재명이라는 야당 대표를 놓고 판결한 게 아니라 일반 선거사범처럼 판결했다. 위증교사 판결을 내린 판사는 아예 무죄를 선고하려고 작심했다. 작심한 후 이유를 갖다 붙인 것이다. 판사마다 사건을 보는 눈이 다르다. 그래서 항소심으로 가면 두 사건 모두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 그걸 두고 정치권에서 일희일비하는 것은 난센스다.”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건 국민의 선택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수십 개의 혐의가 유죄평결을 받았는데도 대통령이 됐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사법제도가 다르지만, 정치인의 운명은 국민 선택에 맡겨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좌우가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다. 우리 진영이라면 도둑놈, 강도라도 좋다는 식이다. 좌우가 똑같다. 이 대표 지지율이 안 떨어지는 이유다.”

―윤 대통령 지지율 제고 방안은.

“윤 대통령이 2년6개월 동안 한 것은 ‘검사정치’다. 상대방을 두드려 잡으려 하고 검찰을 이용한 검사정치를 2년 반 이상 해왔다. 정치라는 게 없었고 소통, 대화, 협치도 없었다. 그러니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가 우선 복원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야당과 대화 안 하고 어떻게 나라를 끌고 갈 수 있겠나. 이 대표 존재를 여태 인정 안 했다. 나라를 안정시키는 정치를 하려면 이재명과도 타협해야 한다.”
 

―여권의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지 않나.

“내년 초까지 내각 쇄신과 대통령실 개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내가 (윤 대통령에게) 한 달 반쯤 전에 ‘조각 수준으로 내각을 개편하고, 대통령 비서실도 개편해서 새롭게 취임 초로 돌아가 다시 출발하지 않으면 국정 동력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홍 시장도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데.

“언론에서 내 이름은 빼줬으면 좋겠다. 경남지사 할 때 한 번 중도에 (서울로) 올라간 일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중도에 올라가서는 안 된다. 언론에서 내 이름 거론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내가 총리 하려고 정치 계속하는 것 아니다.”

 

―김건희 여사 문제의 해법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논의가 됐던 문제다. 제대로 하려면 정권 초반기에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어야 옳다.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당선될 때 수천억에 달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대선 쟁점이었다. DJ가 당선되자 1월에 그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고 취임했다. 취임 초 지지율이 높았을 때 뒤통수가 따가워도 무혐의 처분하고 좀 시끄럽더라도 끝냈어야 했다. 한동훈이 질질 끌다가 법무부 장관 그만두고 온 후에는 거꾸로 ‘국민 눈높이’ 운운하면서 기소하라는 말까지 하는 짓을 해서 김 여사 문제가 커지고 꼬였다. 또 초기부터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를 철저히 통제했어야 옳다. 그렇게 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 (앞으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권양숙 여사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처신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모든 문제가 잠잠해질 것이다.”

―한 대표를 자주 비판하는데 그 배경은.

“나는 그 친구를 수용할 수 없다. 2017년 내가 당 대표할 때 문재인정부 앞잡이가 돼서 적폐수사를 주도했던 사람이다. 1000여명의 우리 진영 사람을 소환했고, 수백명을 구속했다. 그중 상당수가 무죄가 나왔다. 수사 방식도 문제가 있어서 5명이 자살을 했다. 그걸 주도한 친구가 당시 자기 인생의 화양연화, 즉 가장 화려했던 시기라고 했다. 그렇게 한 사람을 우리 진영에서 받아주는 게 옳은가. 윤 대통령은 인기가 좋으니 우리가 정권교체를 위해 데려왔지만, 정권교체 후에도 더 심한 짓을 한 친구를 데리고 와서 당 대표를 시키니 우리 당은 밸도 없는 집단이다. 나는 수용이 안 된다.”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한 입장은.

“그건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드루킹 수법 아닌가. 김경수와 드루킹이 왜 징역 갔나. 장예찬(전 최고위원) 말을 보니 서초동에 화환 걸어 놓은 것도 자작극이라고 하지 않나. 장예찬 말이 거짓이라면 왜 당장 고소해야 하지 않나. 그런 짓을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이나. 윤 대통령 자업자득이다. (한 대표를) 윤 대통령이 키웠다. 처음 정부 출범할 때 법무장관 감이 됐나. 그런데도 법무장관을 시켜 키웠다. 거기에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시켜서 키웠다. 비대위원장 할 때 자기가 공천 준 사람들을 친한계라고 모아 저항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업자득이다.”

―명태균씨는 어느 정도 아는 사이인가.

“경남지사 할 때는 몰랐다. 지사 그만둔 후 명씨가 시사주간지에 이름 걸쳐 놓고 여론 조사한다는 말은 들었다. 여론 조작한다는 말은 옛날부터 들었다. 그래서 대선후보 경선 때 우리 근처에 오지 못하게 했다. 내 밑의 애들은 그 당시 명씨와 친한 애들이 좀 있었다. 저희끼리 어울린 것을 왜 나와 연결하나.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지. 그리고 나는 대선후보 경선 때 여론조작의 피해자 아닌가. 여론조작을 나에게 불리하게 했는데 나와 결부시키면 안 된다. 내 밑의 아이들 한두 명은 채권 채무 관계도 있는 모양이다. 1억 빌려준다고 한 아이도 있다. 저희끼리 거래한 것인데, 나와 무슨 상관인가.”

―명씨 발언 때문에 여러 여권 인사가 곤욕을 치르는데.

“명씨 발언 중 10%도 사실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워낙 허풍이 센 친구여서. 털끝만큼이라도 연결되면 자기가 다 해줬다고 한다. 언론에서 그런 사기꾼 같은 놈의 말을 아무 여과 없이 검증 절차도 없이 받아주고 있다. 마치 명씨가 말하면 다 사실인 양. 내 기억에 한두 번 본 것 같은데, 한 번은 옆의 사람들이 전화 한 번 받아주라고 해서 30초 정도 통화한 적이 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하실 것 같은데,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비교하면 홍준표는 얼마나 달라졌나.

“출마할지는 2년 반 뒤에 봐야 안다. 처음에는 민심에서 졌고, 두 번째는 당심에서 졌다.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는 똑같다. 공직생활로 치면 40년째다. 검사 11년에, 정치인 29년이다. 40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 나는 세력을 갖고 정치하지 않는다. 국민을 보고 정치한다. 계파 모으고 세력 갖고 정치한 적 없다. 나는 초선 때부터 지금까지 8선 하는 동안 계파 만든 적 없고 계파의 졸개 된 적 없다. 정치할 때는 같이 가는 동지는 생기겠지만 나는 계파로 보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때 같이 하는 동료가 거의 없었는데.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민심에서는 내가 10% 이상 이겼다. 나는 다음에 (대선에 출마) 하더라도 민심을 보고 하지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에게 읍소하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 앞으로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한 번은 참신성 보고 정치 초년생을 대통령으로 올려봤는데 그 결과가 좋지 못했다면 경륜 있고 노련한 사람을 찾을 것이다. 그게 상식이다. 또다시 정치 초짜를 찾겠는가. 안 달라지면 내 팔자이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