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가상자산 과세 2년 추가 유예 논란

청년층 중심 환호… 일각선 조세신뢰 하락 우려도
규제만 있고 지원 미미… 산업 정착 후 과세 필요

1일 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정부의 소득세법 개정에 동의함으로써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는 2027년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가상화폐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개정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화폐로 번 시세 차익에서 연간 공제액 250만원을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서는 22%(지방세 포함 시)를 소득세로 내야 한다. 원래는 지난 2022년부터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에 걸쳐 총 3년 동안 시행이 미뤄진 데 이어 이번 ‘2년 유예’로 유예기간이 총 5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앞서 민주당에서는 “가상자산 과세를 2025년부터 시행하되 공제액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가상자산 과세가 시스템적으로 가능하냐”는 질문을 하면서 금투세처럼 가상자산 과세도 부정적 분위기로 전환됐다고 한다. 이러한 결정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대표의 중도층 표심 확보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과세 유예에 대해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환호하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선 반복된 유예로 인해 조세 신뢰가 하락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투기 조장과 국내 증시로부터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 수는 778만명으로 2021년 12월(558만명)보다 40% 가까이 늘었다. 절반에 가까운 371만명이 30대 이하다.



과세 유예 배경에는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안착될 때까지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규제 입법이 실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과세까지 더해지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가상자산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선 과세 인프라 정비가 우선이라는 견해도 있다. 해외거래소를 통한 매매가 많아 차익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이런 상황에서 과세가 바로 시행되면 국내와 국외 거래소 투자 사이에 과세 형평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7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해외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에 대해선 과세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하며 2027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간 암호화 자산 거래 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는 체계가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외 주요국 가운데 미국이나 독일, 인도 등은 이미 가상화폐 투자소득에 세금을 매기고 있다. 그러나 단기 투자소득에만 과세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은 투자자가 해당 가상화폐를 1년 미만 보유한 경우 또는 가상화폐 투자소득 포함 연소득이 4만달러를 초과한 경우에만 과세한다. 싱가포르,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등은 한국처럼 아직 비과세다.

가상화폐 과세가 유예되면서 당초 시장에서 제기됐던 자금의 해외유출 우려는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가상화폐 시장은 과세 유예 이슈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에 따라 당분간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을 금이나 특별인출권(SDR)처럼 국가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고 백악관에 보좌관까지 두겠다는 등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행보를 거듭하면서 급등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달 12일 이후 5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하루 거래대금이 20조원을 넘으며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국내 증시 거래대금을 웃돌고 있다. 11월 ‘트럼프 랠리’를 타고 비트코인 가격은 40%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가상화폐(암호화폐) 또는 가상자산(암호자산) 산업은 문재인정부 이래 전방위적인 규제로 아직 산업으로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 과세를 유예해야 할 배경이다. 초기코인공개(ICO)도 아직 인정되지 않고 가상자산 규제법만 있을 뿐 진흥을 위한 ‘가상자산기본법’은 논의도 되지 않는 사이 한국의 가상화폐 회사들은 절반 정도로 위축되었다. 어느 정도 산업이 자리 잡은 후에 과세해도 늦지 않아 보인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