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두산밥캣의 분할합병에 대해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에 이어 국내 대표 의결권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연구소도 찬성을 권고했다. 주요 의결권자문사 3곳이 합병에 손을 들어주면서 두산의 사업구조 재편에 힘이 실리게 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ESG기준원은 보고서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등 양사가 제시한 분할합병 배경과 목적의 타당성을 대체로 인정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회사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분할합병이 두산그룹 지배주주의 이익을 목적으로만 이루어진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어렵고, 대리인의 문제로 일반주주의 가치가 훼손될 우려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국ESG연구소도 양사의 분할합병 배경 등에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향후 사업 방향과 배경, 목적 등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면서 분할합병의 당사자인 양사 모두 최대주주 지분율이 유지되거나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만한 우려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는 박상현 대표이사 명의로 회사 분할합병에 따른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2차 주주 서한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두산그룹 사업 지배구조 재편안에 관해 다시 한 번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박 대표는 중동 등 해외 복합발전 프로젝트 급증, 데이터센터용 소형모듈원자로(SMR)·가스터빈 발주 확대, 원전 수요 증가 등에서 다양한 사업기회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가스터빈과 SMR 투자를 위해 매년 최소 5000억∼6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적기에 신속한 투자가 진행됐을 때 비로소 두산에너빌리티의 성장을 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밥캣 지분매각 의견에 대해서는 “회사는 지분매각 금액의 많고 적음보다는 투자의 속도와 타이밍이 사업성과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분할합병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ISS의 합병 반대를 권고한 ISS 보고서를 반박하는 3차 주주 서한도 이날 함께 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ISS 주장과 달리 두산 측은 이번 거래로 대주주 지배력의 변화는 없으며, 최종 분할합병 결정은 이사회에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ISS 보고서에 분할합병 근거 규정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이사회 의장, 분할합병 비율 변경 후 지분율 등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고,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재편안을 추진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12일 주주총회를 거쳐 합병기일인 내년 1월31일까지 사업 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